입센 이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노르웨이 극작가…"예견된 수상"(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최재서 오명언 기자 = 5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소설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극작을 시작한 이후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동시대 최고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는 주로 희곡에 집중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1989년 소설 '보트 창고'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소설로는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멜랑콜리 I, II', '저 사람은 알레스', 중편소설 3부작인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출간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뒤 1994년에는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이후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의 희곡으로 극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인형의 집'을 쓴 근대극의 확립자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다.
소설과 희곡 외에도 에세이와 시에 이어 아동문학까지 장르를 넘어 종횡무진하는 글쓰기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주로 희곡에 집중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1998년 '누군가 온다'가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부터 독일에서 그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독일의 권위 있는 연극 전문지 '테아터 호이테'는 욘 포세를 올해의 외국인 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포세의 많은 작품에 배경이 되는 곳은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좁고 긴 협만인 피오르드다. 그의 작품들에는 바다라는 대자연, 외부와 격리된 외딴집, 여기에 긴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의 독일어판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1998년과 2003년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 문학상, 1999년 스웨덴 한림원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소설에 수여하는 도블로우그상, 2003년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2005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 명예상,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2010년 국제 입센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2003년 프랑스 공로 훈장을, 2005년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포세는 모국인 노르웨이보다 해외에서 더 명성이 높은 작가로, 최근 노벨상 시즌에는 꾸준히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앞서 영국의 저명한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는 올해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 욘 포세를 중국의 여성 작가 찬쉐 다음인 2위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수상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등을 국내에 번역해 소개한 한국외대 정민영 교수도 포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날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포세의 작품들은 가족, 이별, 죽음, 사랑 등 보편적인 소재를 굉장한 문학성으로 형상화해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며 "특히 포세의 희곡들은 행간의 여백이 커서 거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많은 희곡 연구자가 포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10여 년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특히 포세의 작품이 많이 번역된 독일어권에서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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