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걱정하지말고 푹 자”…석달뒤 대출, 지금 금리로 받는다고?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3. 10. 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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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7% 시대 열렸는데
차주들은 금리 더 오른다 ‘베팅’
“금리 상승세 안 꺾인다” 우려 커지자
대출 신청시 금리 확정 상품에 발길
보험사 가계대출도 두달새 8000억 늘어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2023.9.24 [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말 아파트 매매계약 잔금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던 A씨는 보험사를 통해 금리를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최근의 고금리 기조를 감안할 때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종의 ‘금리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 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받으려는 대출금은 5억원으로 금리를 0.3%포인트만 낮춰도 월 10만원 이상의 대출 이자를 아낄 수 있다.

미국의 금융긴축 장기화 전망에 따른 고금리 기조와 은행채 금리 상승 등으로 주담대 금리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입도선매하는 대출 재테크 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은 대출 ‘실행’ 시점 당시 금리를 적용하지만, 보험사는 대출 ‘신청’ 시점과 ‘실행’ 시점 중 유리한 금리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금리 예약이 가능한 보험사를 문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명동 거리에 붙은 카드대출 광고 스티커. 2023.10.4 [사진=연합뉴스]
5일 매일경제가 한 대출 상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의뢰한 결과 최대 3개월까지 금리를 예약할 수 있는 보험사도 있었다. 이 상담사에는 “금리는 시중은행이 더 낫지만 보험사가 대출 한도가 더 잘 나온다”며 “중도상환수수료 50% 면제 옵션이 붙어 있어 향후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이 상담사는 “연말까지 주담대 금리가 심각하게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 예약 상품을 잡아두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리 예약은 대출 신청일과 실행일 중 낮은 금리로 대출 금리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통상 잔금을 두어달 앞두고 신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국면에서 차주들이 위험을 다소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만약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대출 신청일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길도 있다.

최근 주담대 금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자 금리 예약이 가능한 보험사를 찾는 차주들의 발길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공시한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금리 현황에 따르면 시중 보험사들이 취급하는 주택 담보대출 상품의 금리 하단이 7월 4.12%에서 9월 4.45%로 0.32%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4.17%, 상단은 7.12% 수준인데, 금융권에서는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이 것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예약 주담대가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 가계대출도 증가폭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8월 보험사를 통한 가계 대출은 8000억원이 순증해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폭(5000억원) 웃돌았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은 금리 적용시점이 대출이 실행되는 시점에 확정되다보니 금리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보험사의 경우 차주가 대출을 보험 회사에 의뢰를 해서 설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출 신청시에 금리를 확정할 수 있다보니 금리 상승기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디딤돌대출 등 일부 정책금융 상품에만 금리 예약이 가능하다. 2013년 IBK기업은행이 대출 상담 이후 시장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담 당시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금리 예약제’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요 은행에서 명맥이 끊긴 상태다. 고객 편의를 위해 금리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은행이 일정 정도 안고 가는 제도지만,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저금리 기조에다 변동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 예약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았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실행하는날 금리를 확정해야 자금 운용이 용이하고, 금리 리스크를 차주와 나눠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금리 예약을 걸어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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