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서해중,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 글로컬 인재 ‘쑥쑥’ [꿈꾸는 경기교육]
교사의 자율성•평가 전문성 키워 수업 질 제고… 공정한 평가 운영
경기도교육청이 글로컬 융합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경기형 국제바칼로레아(IB)프로그램의 시동을 걸었다. 탐구-실행-성찰 중심 수업 설계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과 평가 전문성을 키워 수업의 질을 제고하고, 논·서술형 평가 확대에 따른 타당도와 신뢰도를 갖춘 공정한 평가 시스템 운영을 통한 공교육의 만족도 제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역량을 키우는 수업-평가의 확산으로 경기형 IB프로그램의 운영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는 IB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부터 담당부서 신설을 시작으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추진 결과를 바탕으로 5일 IB후보학교 중 한 곳의 수업 모습을 공개하며 경기형 IB교육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IB후보학교를 운영해가고 있는 시흥 서해중학교를 찾아 경기형 IB교육의 초석을 살펴봤다.
■ 학생 중심의 수업…스스로 탐구하는 교과 과정
5일 오전 11시께 시흥 서해중학교의 3학년 8반 교실. 과학 교과 단원의 제목인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가 적힌 칠판 앞에서 1개 조에 3~4명씩 모둠을 꾸린 학생들이 책상에 놓여진 20장의 천체 사진을 함께 보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학생들은 20장의 천체 사진을 비슷한 유형별로 그룹화하고, 특징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정리했다. 이후 교과서와 태블릿PC를 이용해 앞서 분류한 천체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유인물에 정답을 적어 내려갔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친구들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협동심도 길렀고, 고민해 본 내용들을 토대로 정답을 찾고 우리 의견과 비교해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2학년 5반 교실에서는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영어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교사가 만들어 둔 단어 퀴즈 대회에 참여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던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탈피해 스스로 정답을 찾아보는 탐구과정에 초점을 맞춘 ‘IB프로그램’을 적용한 시흥 서해중학교의 모습이다.
■ 경기형 IB교육 위한 움직임 분주…18개 시범 학교 운영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업무협약이나 포럼, 설명회 등 IB교육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후 올해는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IB프로그램을 적용해 운영하며 실질적인 장단점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우선 지난 2월에는 IB관심학교 25개교를 선정했다. 이후에도 IB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5개 학교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 관심학교만 30개교로 늘었다. 관심학교는 IB프로그램 탐색과 교원의 실천 역량 강화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관심학교의 다음 단계인 후보학교는 ‘탐구-실행-성찰’ 중심의 IB수업 설계와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는 학교다. 관심학교 30개교 중 현재 서해중과 안성 개산초, 동두천초, 광주 만선초, 시흥 군서미래국제학교 등 5개교가 후보학교 승인을 받았다. 또한 군포 곡란초, 광명서초, 의정부 솔뫼초, 화성 송라초, 연천 왕산초, 광주 매양중, 양주 남문중, 오산원일중, 안성 죽산중·죽산고, 파주광일중, 화성 푸른중 등 13개 학교가 후보학교를 신청해 이달 말이면 후보학교는 초교 10개, 중교 7개, 고교 1개 등 18개교로 늘어날 전망이다. 후보학교는 운영 이후 2년이 지난 뒤 인증학교를 신청해 다양한 IB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우선 관심학교 교원의 실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장 및 코디네이터, 중등 교과별 교사 등 70명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개념기반 수업 시작하기 집합연수, IB 수업·평가 사례 및 코디네이터 역할 연수, 교감 및 교사 IB프로그램 이해 기초연수 등 360여명이 연수를 이수했다.
이와 함께 국제공인 전문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초중고 교사 70명을 대상으로 IB본부가 주관해 영어로 141시간의 연수를 진행했고, 대학과 연계해 IB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초중고교 교사 100여명이 이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일반 교원을 대상으로 한 IB연수까지 합치면 관련 교원의 역량 실천 연수를 마친 인력만 4천400여명에 달한다.
■ IB프로그램 지속적 홍보…경기형 IB 완성 목표
도교육청은 교육현장에서 IB프로그램 적용의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이후 경기형 IB를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구성해둔 상태다.
우선 지난 3월에 이어 이달에도 IB 관련 이해자료를 제작해 배부할 예정이며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IB프로그램 연수 및 설명회도 이미 마친 상태다. 또한 연말에는 미래교육 IB콘퍼런스를 통해 IB수업·평가 운영 사례와 전문가 과정 이수 사례 등을 공유하며 발전 방안도 모색한다.
이와 함께 IB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되는 대입과의 연계 방안 역시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시도교육청 IB공동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IB프로그램을 반영한 대입제도가 생성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또한 IB본부에서 주관하는 대입 포럼에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하도록 하는 한편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도 IB와 대입제도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고등학교 IB, IB DP 로드맵도 세워뒀다. 2024~2025년 후보학교 운영을 통해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Pre-DP를 운영해 적응기를 갖도록 하고, 2026년에는 고2를 대상으로 수업과 평가에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적용해 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증학교 2년차인 2027년에는 그 대상으로 고3으로 넓히고, 2028년에는 경기도 DP 이수자가 대학에 입학하는 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이와 함께 경기형 IB를 운영할 기반도 마련한다. 경기형 IB란 IB본부가 인증한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습득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IB교육과정과 논·서술형 평가체제를 개발·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교육청은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형 IB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경기형 IB의 시범운영 등을 통해 글로컬 인재 양성을 위한 경기형 혁신 교육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박성연•김보경 교사
“학생들 다양성 존중하는 수업 구성… 미래역량 키우기 최적”
“기존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데는 IB교육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날 서해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의 과학수업을 맡았던 박성연 교사는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더 나아가 주요 개념과 탐구 질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주도성을 끌어내는 것이 IB교육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수업을 구성할 때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탐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귀납적 추론을 유도하는 수업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성·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주도성을 향상시키고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학년 도덕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경 교사는 실생활과 밀접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IB교육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 IB교육을 받고 나서 학원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게 되는 등 아이들이 IB교육을 받더라도 학습해야 한다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이들이 학원에서 주입식, 암기식 학습을 하더라도 실생활과 밀접한 학습을 돕는 IB교육을 함께 접하면서 학원에서 배운 것이 학교에선 ‘실생활에 이렇게 적응되는구나’라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 IB교육”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경기형 IB의 기반 마련을 위해선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IB교육의 특성상 학생의 개별적 피드백을 많이 하고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한 학급당 학생수가 많아 세부적으로 살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경기형 IB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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