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 법정 공방 돌입…"구광모 경영 승계는 선대회장 유지"

장하나 2023. 10. 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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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분할 협의 총괄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증인 출석
원고측 "유지 메모 왜 없앴냐" vs 피고측 "상속세 신고 후 효용 없어 폐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LG가(家) 상속 소송의 첫 재판에서 현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승계해야 한다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遺旨)가 있었고 이번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도 이를 확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5일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상속회복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대회장은 '다음 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며 "경영 재산은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이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구광모 회장의 지분이 부족하니 앞으로 구 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 지주사인 ㈜LG의 재무관리팀장을 맡아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와 상속 분할 협의 등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언장의 존재 여부와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가 폐기된 경위 등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하 사장을 상대로 "원고들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으며 "상속 절차 과정에서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는 종전의 입장을 강조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CG) [연합뉴스TV 제공]

하 사장은 "유언장은 없었다"며 "(원고들에게도) 유언장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선대회장의 뜻이 담긴 메모라고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7년 4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구 선대회장이 수술 하루 이틀 전에 병실로 불러 선대회장이 가진 경영 재산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하겠다고 했다"며 "사무실로 돌아와 내용을 정리한 뒤 다음 날 보여드리고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1차 수술을 받은 구 선대회장이 2017년 5월 출근한 뒤에도 이 메모를 보고해 "비상시(유고시) 이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고, 이후 2017년 12월 병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는 게 하 사장의 설명이다.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 사장은 "메모는 원고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참고자료로 활용했다"며 "주요 주주분들은 장자가 승계해야 한다는,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부터 내려오는 컨센서스를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 (구 선대회장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고 측은 "피상속인(구 선대회장) 유지가 담긴 메모인데 원고들은 못 봤다고 한다"며 문서 파기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 사장은 "상속 절차를 보고하면서 여러 차례 보여드렸다"며 "(메모는) 유언장도 아닌 데다, 그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아 상속세 신고 종결 이후 효용 가치가 없어져 업무 관행에 따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고 구본무 LG 선대회장 [LG그룹 제공]

피고 측은 구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이번 소송의 원고인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 등을 증거로 내밀며 3차에 걸친 상속 재산 분할 합의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하 사장은 "(유지에 따라) 경영 재산 일체를 모두 구 회장이 상속하는 걸로 합의해서 인감도장을 찍으러 갔더니 김 여사가 딸들이 주식 한 주를 못 받는 게 서운하다고 했다"며 "구 회장에게 이를 전달하고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15%를 제외한 지분 2.52%를 원고들에게 상속하는 걸로 제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측이 제안을 받자마자 좋다고 해서 2차 상속분할 협의서를 작성했다"며 "2차 초안에 인감을 찍으려고 갔더니 (김 여사가) 기부처를 늘려야겠다고 해서 3차 상속분할 협의서를 들고 갔고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분할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서 협의서 작성에 이른 것"이라며 "원고들은 이후로도 상속세 납부나 재산 관리를 평소처럼 재무관리팀에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하 사장을 상대로 추가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은 지난 2월 28일 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지분 8.76%를 물려받았고,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구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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