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공시해야 세액공제"…양대노총은 3곳만 참여(종합2보)
대상 노조·산하조직 673곳…공시한 노조는 현재 9곳
시행 전 교육 참석 84곳뿐…노동계 "노조 탄압" 반발
이정식 "노조 개입 아닌 투명성 위한 인센티브 성격"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노동조합이 노조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고용 당국이 5일 양대노총 등 노조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노조 회계 공시 제도는 노조 회계 투명성에 관한 획기적인 이정표가 됨으로써 노조 제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노조가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조합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노조가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관한 규정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특히 개정안은 1일부터 운영 중인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https://labor.moel.go.kr/pap)을 통해서도 결산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는 해당 시스템에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계 공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시 시스템을 통해 조합원은 편리하게 재정 정보에 접근해 알권리를 보장받고, 노조에 가입하려는 근로자는 어느 노조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어 노조 선택권과 단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정부는 이러한 개정안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그 시기를 3개월 앞당겨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산하 조직은 11월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시스템에 공시해야 조합원이 내년 1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대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673곳이다. 이 중 한국노총 및 가맹 노조와 산하 조직이 303곳, 민주노총 및 가맹 노조와 산하 조직이 249곳이다. 전체의 82%다.
세액공제 범위는 조합원이 올해 10~12월 납부한 조합비다. 세액공제 비율은 15%이며 1000만원 초과분은 30%다. 올해 1~9월 납부한 조합비의 경우 회계 공시 여부와 관계 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해당 노조나 산하 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상급 단체와 산별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양대노총 등 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모든 노조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장관은 "현장에서는 단위 노조가 아무리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회계를 공시해도 총연합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결국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양대노총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내년부터 납부하는 조합비는 노조가 직전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매년 4월30일까지 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이 가능하다.
일단 제도 시행 초기인 데다 추석 등 연휴가 있었던 만큼 이날 오후 7시 기준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표한 노조는 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미래에셋증권 노조 등 6곳은 상급 단체가 없는 노조다. 한국노총 소속은 2곳, 민주노총 소속은 1곳으로 양대노총 참여는 저조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10월1일부터 시스템을 운영했고, 연휴 기간이 지나면서 점차 공시하는 노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동계와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회계 공시가 (투명성 강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부가 제도 시행 전인 지난달 15~26일 노조 673곳을 대상으로 권역별 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12.5%인 84곳 참석에 그쳐 예상 참여율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종 참여율은 11월30일 이후 집계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를 옥죄고 상급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소득공제를 볼모 삼아 '돈 가지고 장난치는' 치졸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노조 회계 공시가) 노조 탈퇴를 유도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며 "노조 운영에 지배 개입하거나 간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민주적인 노조 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의 경우 노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혜택을 연계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외도 노조 회계 공시 제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과 영국 등이 대국민 공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면서도 "이들 나라는 조합비 세액공제 자체가 없고, 산별노조 중심이라 상급단체와 연결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시스템에 공시하는 노조 회계의 신뢰성 여부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엉터리 공시 등은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하면 국세청에서 걸러지고 가산세를 내야 한다"며 "제도를 시행하다가 미비점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정부가 지도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고민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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