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수신료의 가치’ 제대로 쓴 ‘지구 위 블랙박스’[SS현장]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밴드 잔나비 최정훈, YB, 자우림 김윤아, 댄서 모니카, 립제이, 르세라핌, 정재형, 대니 구, 세븐틴 호시,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 고경표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기후 위기의생생한 현장을 안방에 전달한다.
오는 9일 첫 방송되는 KBS 공사 창립 50주년 대기획 4부작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외 6개 지역을 배경으로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를 표방한다.
방송에서는 울창하고 아름답던 숲의 나무가 베어진 모습, 황폐해진 맨땅과 함께 파괴되어 가는 생태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다.
구민정 PD는 “기후 문제가 중요한 문제인데 관심을 갖게 하는게 쉽지 않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감정을 울릴 수 있는 걸 생각했을 때, 음악 연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런 콘셉트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로라하는 배우와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로케이션 선정이 중요했다. 어떤 분이 그곳에서 노래하고 서 있을 때 어울릴까 고민하고 회의했다. 배우의 경우 모노드라마를 찍게 되는 터라 연기가 쉽지 않은데, 확 몰입해서 감정을 끌어올릴 만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을 섭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신록은 1편의 주연이자 2054년의 블랙박스 센터 기록자 윤을 연기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윤은 아름다웠던 과거의 지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인물로 딸을 방공호에 보낸 후 홀로 블랙박스 센터에서 일한다. 김건우가 지구를 그리워하는 순백의 지구 덕후 니우 역을 연기한다.
김신록은 “드라마 구조 안으로 잘 안착시키기 위해 우리 역할이 필요했다. 뮤직비디오가 정서적 흐름 안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문화예술인 한 명으로서 이런 기회가 더 있다면 직업인으로서 참여하고 싶다. 생활인으로서 삶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걸 소소하게도 바라보지만 큰 흐름 안에서 환경 운동이 유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건우는 “독백이 많았다. 평소에 하는 대화가 아니라 지구 환경에 입각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리딩 할 때부터 연기까지 생소했다. 하지만 이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윤도현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동해 백사장을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부산의 해수면 상승을 상징하는 수조 속에서 열창하며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할 예정이다.
윤도현은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보니까 진짜 심각했다. 수조는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물로 부탁했는데 얼음물이더라. 뜨거운 물을 공수하는 것부터 장소가 멀어서 식는다. 그래도 잘 마치게 돼 다행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잔나비 최정훈이 눈이 사라져 맨땅이 드러난 남극에서 홀로 기타 연주를 하며 현지 기후 상황을 전한다.
최정훈은 “남극을 가게 돼 두꺼운 패딩과 방한 장비를 많이 챙겨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남극의 날씨가 따뜻해 놀랐다”며 “니트 하나 입고 라이브를 했다. 주변에선 라이브를 하는 동안에도 빙벽이 녹아내리고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난다”고 전했다.
모니카·립제이는 12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은 스페인을 찾는다. 이들은 물이 말라버린 맨땅 위에서 멈춰진 보트를 출발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모니카는 “김윤아의 팬이어서 팬심이 가득 묻어난 퍼포먼스를 한 것 같다. 김윤아가 지구, 자연을 의미해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죽은 숲 위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대지의 여신 같은 판타지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조금이나마 환경,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많은 분이 동참할 수 있게 붐을 만들고 싶다. 잘 되어서 나중에는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소설 ‘천 개의 파랑’을 집필한 SF 소설가 천선란이 대본을 맡았다. 또 영화 ‘올드보이’ ‘아저씨’,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심현정 음악감독, 영화 ‘국제시장’ 김수경 미술감독, 드라마 ‘일타 스캔들’ ‘그 해 우리는’ 이수광 촬영감독이 합류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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