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한글 위상 속 떨어지는 문해력… 문해능력 최하위 도민 5만명

김여진 2023. 10. 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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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돌 한글날(9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높아지는 한글의 위상과 정반대로 국내에서는 국어 이해도와 문해력 저하가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유튜브 등 각종 SNS, 매우 짧은 ‘숏폼’ 영상 등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수많은 줄임말과 신조어, 공공영역에서도 남발하는 외래어 등이 국어를 어지럽히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코로나19 시기 제때 언어를 익히지 못한 유아, 종이책에 익숙하지 않은 10대, 디지털 언어 적응이 어려운 노인층 등 세대별 취약 분야도 완전히 달라 맞춤형 문해력 교육이 필요해졌다. 강원의 경우 문해교육이 필요한 저학력 성인 인구 비율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 확장이 과제로 꼽힌다.

■대관절이 ‘큰 관절(?)’

기본 어휘력 부족에 따른 의사소통의 오류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일상 속 대화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쳐나고 있다. ‘심심한 사과’의 뜻을 ‘대충하는 사과’로 잘못 이해해 언쟁이 오가고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 3일인 ‘사흘’을 4일로 알고 있어 놀랐다는 사례도 잘 알려져 있다. ‘대관절’을 크기가 큰 관절로, ‘개편하다’를 ‘매우 편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들도 많다.

도내 문화원 등 교육기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강사 A씨는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방년’과 ‘향년’, ‘부군(다른 이의 남편을 높이는 말)’ 등의 뜻을 몰라 묻는 수강생이 있었다”며 “기초 수준의 단어도 물어와 놀라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했다. 지역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B씨도 “독서 지도를 하다 보면 각 연령대에 맞는 어휘력 습득이 충분히 되지 않은 학생을 많이 본다”며 “최근에는 ‘적다’와 ‘작다’의 차이 등을 상세히 알려줘야 했던 학생, ‘석식(저녁 식사)’, ‘글피’ 등을 설명해 준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문해력 관련 도서를 대출하는 분들도 늘었는데 전문 도서도 좋지만 다양한 책을 두루 읽는 것이 더 도움된다”고 말했다.

■문해능력 최하위 수준 도민 5만여명

2020년 기준 도내 20세 이상 성인 중 저학력(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중학 학력 미만) 성인이 14.7%(18만 5268명)로 전국 평균(9.8%) 보다 크게 높다.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정 증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문해능력 수준1’에 해당하는 성인은 5만 6556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문해교육센터가 진행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의 결과를 활용해 추정한 도내 문해능력 수준별 추정인구다. 기본 읽기·쓰기·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 활용은 아직 미흡한 ‘수준 2’ 해당 인구도 5만 2785명이다. 초등학교 3∼6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단계다. 또 가정·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은가능하나 복잡한 활용은 미흡한 ‘수준 3’이 14만 3274명에 달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학교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단계인데 긴 글을 읽고 정확하게 추론하거나 그래픽 등의 정보분석 능력 등이 부족한 이들이 해당된다.

그러나 도내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문해교육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문해력 교육 필요성이 높아지자 도는 2021년 문해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지난 해 강원특별자치도문해교육센터를 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내에 마련했다. 시·군 단위에서는 2011년 속초를 시작으로 동해·삼척·원주·정선·철원·태백·평창이 지원 조례를 마련했고, 원주의 경우 디지털 문해교육까지 포함하기 위해 지난해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도내 40개 기관에 170여개 강좌가 개설돼 있는데 문해력 교육 운영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원 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교육운영팀장은 “기초문해를 넘어 디지털을 포함해 기능과 생활에 필요한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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