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플랜트, 선택과 집중 필요한 때다

2023. 10. 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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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개발플랜트연구실장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석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될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에너지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석유는 동력이나 열에너지원을 발생시키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의류용 합성섬유, 가전제품, 마스크 등과 같은 생활용품의 소재로도 쓰이며 근대산업사회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듯이 석유시대가 저물었다는 위기론은 수십 년 전부터 거론되고 있었다.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자 하는 경제 선진국들의 흐름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 시점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가 단시일 내에 에너지 패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인류가 향후 20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을 보유한 천연가스로 조만간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는 큰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이후의 더딘 세계경제 회복,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및 우-러 전쟁 사태에 따른 세계 무역 환경의 악화와 같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석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원가의 급격하고도 큰 폭의 인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지만 한국과 같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기술을 통해 자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외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에너지 안보, 경제 다각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책임 있는 자원개발 관행을 장려함으로써 긍정적인 외교 관계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세계 석유·가스 개발 산업의 상류(Upstream) 부문 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산유국 국영석유기업과 주요 석유회사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고비용 및 열악한 채굴조건의 매장지 개발사업을 대폭 축소시켰으나, 최근 고유가 상황이 도래하면서 상류부문 투자 증대와 증산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최근 기후 위기 속에 탄소배출 억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수입보다 에너지 자립화'를 목표로 북해 석유·가스 탐사를 대규모로 실시·허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육상 뿐만 아니라 해양에서의 석유·가스 채굴과 기술 개발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석유가스 기업인 아커 솔르션즈(Aker Solution)와 슐럼버그(Schlumberger)의 심해저 산업 부분이 합병돼 해저에서의 석유·가스 개발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 국내 조선 3사를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이 크게 성장한 바 있다. 특히 해양 및 육상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자원플랜트산업의 고부가 영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사업화를 위한 괄목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는 자원플랜트 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기가 쉽지 않은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 국내에서도 자원플랜트 산업의 여러 기술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기술 축적이 이뤄졌고, 나아가 고부가 영역의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정부와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광개토프로젝트-에너지안보 및 국내 대륙붕 자원개발'정책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 유망지, 에너지안보와 대륙붕의 중요성,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표명하고 자원개발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 및 기관 간 협력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복 과잉 투자된

정부 R&D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조정 작업과는 별개로 어려운 연구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면서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연구는 더욱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는 연구개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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