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요소수 품귀`보다 `비룟값 급등`이 더 걱정

2023. 10. 5.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힘겨웠던 2021년 10월의 요소수 대란이 반복된다는 갑작스러운 소문에 화물차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이번에도 세계 최대의 요소 생산국인 중국이 문제였다. 다행히 시중에서 심각한 요소수 품귀 현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2년 전에 자라 보고 깜짝 놀랐던 우리가 이번에는 솥뚜껑을 보고도 지레 놀라버린 셈이다.

중국이 지난 9월 초부터 은밀하게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일부 대형 비료 제조업체들이 요소의 신규 수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겨울·봄 작물의 파종을 앞두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요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수출량을 제한하는 요소는 농사에 사용하는 '비료용'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비료용 요소 가격이 7월 대비 최대 30%까지 올랐다는 소식도 있다. 요소 비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내년 농사에 쓸 질소 비료의 가격 급등이다. 엉뚱하게 '제2의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요소는 질소·수소·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생산하는 기초 화학소재다. 한 세기 전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공정을 이용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허권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도 1960년대부터 한때 요소 생산 공장을 가동해서 상당한 양의 요소를 생산했었다. 현재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상당한 양의 요소를 생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요소는 고온고압의 공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품목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요소는 톤당 가격이 3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싸구려 품목이다. 중국에 의한 수급 불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경제성이 없는 요소 생산 공장을 되살릴 이유는 없다. 중국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2년 전의 요소수 대란은 몹시 부끄러운 일이었다. 전 세계에서 요소수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던 것은 우리나라뿐이었다. 차량용 요소수를 정밀화학제품으로 착각한 정부와 일부 어설픈 전문가가 만들어 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는 뜻이다.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 전용기를 보내서 요소수를 실어 오는 황당한 일을 벌인 것도 그런 착각 때문이었다.

차량용 요소수는 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세계 최고 수준인 '유로 6' 기준으로 규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경유 자동차에 장착된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초미세먼지(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용 요소수는 화학·제약·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정밀화학제품이 아니다. 요소수를 생산하기 위한 첨단 설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다. 물 1리터에 요소 325그램을 녹이기만 하면 된다. 누구라도 어디에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요소의 농도가 40%인 '산업용 요소수'를 묽혀서 만들어도 된다. 요소수 탱크에 산업용 요소수 10리터를 넣고 생수 2리터를 더 넣어주면 된다.

다만 황 화합물을 코팅한 비료용 요소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코팅제로 사용한 황이 SCR의 표면을 오염시켜서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용 요소라도 알데하이드 코팅제를 사용한 제품으로는 차량용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

요소수가 떨어졌다고 경유차를 무작정 세워둘 이유도 없다. 요소수 탱크에 생수를 넣으면 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긴급 처방이다.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기 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SCR의 고장이 모두 요소수의 '품질' 탓이라는 진단도 믿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소수를 공급해주는 밸브의 누출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