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쓰고 기획"…기후 위기 제대로 알리는 '지구 위 블랙박스'(종합)
배우와 아티스트의 협업…드라마이자 콘서트
총 4부작…9일 밤 9시 40분 첫 방송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기후 위기. 말은 많이 듣지만 막상 경각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으며 자연재해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거주 불능' 해진 미래의 지구에서 2023년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지구 위 블랙박스'가 이를 자세하게 다룬다.
KBS2 새 예능프로그램 '지구 위 블랙박스' 제작발표회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구민정 PD를 비롯해 배우 김신록 김건우 가수 최정훈 윤도현 안무가 모니카 립제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참석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변화로 파괴되어가는 국내외 6개 지역을 배경으로 아티스트들이 음악으로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는 기후위기 아카이브 콘서트이자 드라마다. 거주불능 상태인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의 유일한 기록자들이 2023년의 뮤지션들의 영상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의 특징은 배우들과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이자 SF 드라마 겸 콘서트라는 것이다. 여러 장르가 크로스 오버 돼있어 다양함은 물론 감동 역시 배로 전한다.
구민정 PD는 "재작년 호주에서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건물을 세우려고 한 사진을 봤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며 "기후 변화로 망해버린 지구 속 기록자가 2023년 영상을 꺼내본다면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기록자로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가 나선다. 먼저 김신록은 1편의 주연이자 2054년의 블랙박스 센터 기록자 윤을 연기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윤은 아름다웠던 과거의 지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인물이며 딸을 방공호에 보낸 후 홀로 블랙박스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김신록은 "국내외 고퀄리티 뮤직비디오를 드라마로 잘 안착하고 정서 흐름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와 뮤직의 브리지(다리)역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2편은 박병은이 주도한다. 박병은은 2080년 블랙박스 센터 기록자 한스를 연기한다. 한스는 이미 망가져 버린 지구에서 태어나 온갖 재난 재해를 겪는 기후 난민이다. 3편의 주연을 맡은 김건우는 2123년 블랙박스 센터 기록자 니오 역을 맡았다. 니오는 먼 옛날 지구의 모습을 사랑하는 지구와 음악 덕후다. 김건우는 "지구 환경에 입각한 이야기를 해본 적 없어 리딩 할 때 생소했다"면서도 "환경과 지구를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하니까 (연기가) 잘 됐다"고 전했다.
지구 온난화를 몸소 표현할 아티스트로는 최정훈 YB 김윤아 모니카 립제이 르세라핌 정재형 대니 구 호시가 나선다. 최정훈은 장장 40시간에 걸쳐 남극으로 떠났다. 그는 "두꺼운 패딩 등 방한 장비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니 춥지 않더라. 남극의 날씨가 따뜻해 니트 하나 입고 라이브했다"며 "노래 부르는 동안 주변에서 빙벽이 녹아내리고 천둥번개 소리가 났다"고 심각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국 맹그로브 숲에서 연주한 대니 구는 "재형이 형과 물 위에서 연주했는데 (자연 앞에선) 너무 작게 느껴지더라"며 "맹그로브가 없어지는 장면을 많이 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감사한 마음으로 연주했다"고 말했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스페인의 메마른 땅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모니카는 "인간을 표현하는 순수한 생명체로 시작한다. 저희가 해석한 자연의 슬픔은 '아무도 자연이 망가지길 원하지 않는데 망가지고 있다'였다"며 "자연은 한 번도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이 아픔을 일차원적으로 표현했다"고 춤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동해로 떠나 마이크를 잡은 윤도현은 직접 수조 안에 들어가고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등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윤도현은 "해수면이 상승해 해변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심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배우와 아티스트들은 직접 기후 위기를 마주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변화도 일어났다. 김건우는 "샤워시간 줄이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을 실천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으며 김신록은 "배우로서 만들어갈 수 있다면 직업인으로 참여하고 싶고 생활인으로 스며들면 좋겠다. 여론과 생활 관념이랄지, 하나의 유행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 PD는 "동해가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며 "매년 축구장 18개 크기의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를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는 윤도현은 "공연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정수기, 텀블러를 이용한지 오래됐다. 쓰레기가 많이 줄어서 보람 있다"며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조금 더 환경 운동 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지만 막상 작품으로 만들면 그 화제성은 크지 않다. 구 PD는 "'환경'이라는 소재가 시청률이 높지 않고 화제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기후 위기는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선명해진다. 용을 쓰고 기획했다. '이래도 안 볼 겁니까?' 싶을 정도로"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환경 다큐멘터리 아니고 드라마이자 콘서트다. 어떤 드라마 예능보다 재밌으니까 관심 갖고 봐달라"고 강조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총 4부작으로 진행되며 9일 밤 9시 4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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