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경각심은 다큐만? 편견 깬 크로스오버 '지구 위 블랙박스'
"머리로 이해 아닌, 마음으로 와닿게 기획"
"환경 소재 프로그램 관심 끌기 쉽지 않아"
"용쓰고 기획…환경 다큐멘터리와 달라"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KBS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기획을 했다.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겠지만, 각 분야 아티스트들이 나선 드라마·콘서트 크로스오버 기획물이다. 환경 파괴로 거주가 불가능해진 먼 미래에 2023년의 아티스트들이 남긴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를 감상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는 '지구 위 블랙박스'다.
구민정 PD는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KBS 공사 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 제작발표회에서 "기후 위기라는 이슈가 중요한 의제인데 그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쉽지 않더라.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감정을 울릴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가수의 음악, 배우의 연기를 드라마적으로 풀어가는 게 마음으로 와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구 PD는 지난 2021년 배우 공효진·이천희·전혜진이 출연한 KBS 2TV '오늘부터 무해하게'로 환경 예능의 필요성을 알린 데 이어 드라마를 연출하게 됐다. 소설 '천 개의 파랑'을 집필한 SF소설가 천선란 작가가 대본을 썼다. 총 4부작 옴니버스 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작품은 2049년 소수의 인간만이 방공호에 탑승해 지구가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설정이다. 데이터 센터인 블랙박스에는 한 명의 기록자가 매일 지구의 기록을 확인하고 인간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지 결정한다.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가 각각 2054년, 2080년, 2123년의 기록자로 열연했다. 배우 고경표는 기록자의 유일한 대화 상대인 인공지능(AI) 목소리를 맡았다. 기록자들은 아름다웠던 과거의 지구를 감상하며 "나도 방관했다" "재난은 평등하다"고 고백한다.
기후변화로 파괴돼 가는 국내외 6개 지역을 배경으로 아티스트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고, 연주하는 아카이브 콘서트도 관전 포인트다. 밴드 '잔나비' 최정훈, 밴드 'YB', 밴드 '자우림' 김윤아, 댄서 모니카X립제이, 그룹 '르세라핌', 가수 정재형X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그룹 '세븐틴' 호시 등이 라인업에 올랐다. 이들은 남극, 동해, 스페인, 제주, 태국 맹그로브 숲, 서울 등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홀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구 PD는 "모노드라마라 연기가 쉽지 않은 형식이다. 확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내공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고 했다. 김신록은 "국내외 기후변화 지역에서 고퀄리티로 찍어온 뮤직비디오를 드라마 구조에 안착시키기 위해 (배우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서적인 흐름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드라마의 흐름 안에서 뮤직비디오로 이어지는 브릿지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구 PD는 아티스트 선정에 대해 "로케이션 선정이 중요했다. 가뭄이 든 스페인, 빙하가 무너지고 있는 남극 등에서 어느 분이 서있을 때 어울릴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직접 기후 변화 지역에서 공연을 한 아티스트들은 느낀 점이 많다. 최정훈은 지난 5년간 우리나라 2배 면적의 얼음이 사라진 남극을 배경으로 노래했다. 그는 "두꺼운 패딩과 방한 장비를 챙겨가서 라이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춥지 않더라. 이상할 정도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니트 하나 입고 라이브를 했다"고 밝혔다.
YB는 지구 가열화로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하고 있는 동해를 뒤로하고 수조 공연을 펼쳤다. 윤도현은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며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조금 더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구PD는 최근 암 투병을 고백한 윤도현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윤도현이 2박3일 동안 동해에서 자전거를 타고, 배를 타고 오랜 시간 들어가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모두 열정적으로 소화해줘서 전혀 아픈 줄 몰랐다"며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듣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정재형X대니 구는 인간을 위한 새우 양식으로 파괴된 지구의 허파 태국의 맹그로브 숲에서 위로의 선율을 연주했다. 대니 구는 "클래식 음악을 하다보니 공연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맹그로브 숲에서는 우리가 작게 느껴지더라"며 "숲이 계속 없어지는 장면을 봤다.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이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윤아와 모니카X립제이는 이례적인 폭염과 계속되는 가뭄으로 메마른 땅이 돼버린 스페인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르세라핌은 기후변화로 초록의 생기를 잃어가는 제주를 배경으로 공연을 한다. 호시는 세계 도시 탄소 배출 5위에 달하는 서울을 배경으로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환경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기 쉽지 않다. 구 PD가 기획한 '오늘부터 무해하게'도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0~1%대에 머물렀다. 구 PD는 "환경 문제는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선명하게 보인다. 지구는 가속페달을 밟은 지옥행 열차를 타고 있다"며 "관심을 끌기 쉽지 않아서 용을 쓰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재밌다. 그냥 환경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며 "어떤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재밌으니 관심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아티스트들은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도현은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 싶다. 배우들은 MC를 보면 좋을 것 같다"며 프로젝트가 발전하는 것까지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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