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놓고 가라" 특명 떨어진 재계 중국 출장 포비아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10.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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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행된 중국 반간첩법(방첩법) 여파로 국내 기업인이 중국 출장 때 휴대폰을 두고 가는 식으로 '방첩법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억류 또는 휴대폰 압수처럼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보가 유출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기업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중국 출장 때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지참하지 않고 있다. 첨단 기술을 포함한 중요 정보가 저장돼 있는 스마트폰 대신 다른 '서브폰'을 가져가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는 데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 기업 고위 임원들은 통상 출장용 전화기와 국내에서 이용하던 휴대폰을 함께 가져가지만, 중국 출장 때에는 기존에 이용하던 휴대폰을 아예 들고 가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방첩법의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외국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7월 방첩법 적용을 확대했다. 특히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도 간첩행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휴대폰을 조사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크다. 반도체·디스플레이처럼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는 산업이나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은 불안감의 강도가 더 크다. 중국 내 기술을 유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출장전 중국 비판 기사 검색 자제하라"

산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에 각종 첨단 기술 정보나 영업기밀사항이 저장된 상태에서 압수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며 "중국 출장 자체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은 중국 출장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식으로 만약의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방첩법 시행에 앞서 출장 때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 검색을 자제하고, 위챗을 비롯한 메신저를 활용해 파일을 전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내부에 공지했다. 이와 함께 군사·방산시설, 시위 현장 방문이나 사진 촬영도 금지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서 방첩법과 관련해 주의를 당부하는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방첩법 시행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메일을 발송했다. SK온은 배터리 산업이 국가기술로 지정된 만큼 중국 출장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전언이다.

현대차그룹도 방첩법 개정사항을 전체 주재원, 단기 출장자에게 공지했고, 현지 법령과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출장자, 단기 파견자, 장기 체류 주재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영상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받게 했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중국 내 관계법령을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국가안보나 이익과 관련된 사진이나 지도, 통계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전자기기에 저장하지 않도록 현지 주재원과 영업조직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상태다.

이와 함께 군사시설이나 방산업체, 보안 구역에서 촬영을 피하고, 시위 현장 방문·촬영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중국에서 생산·판매를 하는 국내 타이어 기업은 최근 중국 출장자와 주재원을 대상으로 행동 규범을 명시한 서약서를 배포해 작성하도록 했다.

해외 기업도 중국 내 활동에 주의하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기업의 중국 주재원도 심리적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최승진 기자 / 박소라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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