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염에 껑충뛴 물가…'일시 요인' 사라지면 이달 안정될듯
사과 54%·복숭아 40% 급등
체감물가도 4.4% 뛰어올라
원재료 가격상승분 반영으로
우유·지하철요금 등 줄인상
석유·농산물 뺀 근원물가는
상승폭 줄어 안정세 지속
◆ 유가에 휘둘린 물가 ◆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유가 상승과 폭염·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 때문이다. 연말까지 물가는 3% 선을 오가며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가 인상 추이에 이달부터 우유·맥주를 비롯한 먹거리 가격이 오르고 7일 수도권 지하철 요금까지 줄인상이 예정된 탓이다.
9월 물가에서는 우선 유가 상승 압박이 부쩍 커졌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주력 수입 유종인 두바이유 9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91.3달러로 한 달 새 7.5% 뛰었다. 올해 저점을 기록한 6월(74.7달러)과 비교하면 24.5%나 숨 가쁘게 올랐다.
통상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 유가 상승 여파는 이달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서비스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국제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추세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태풍 피해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출렁이는 농산물 가격도 고공 행진 중이다. 전체 농축수산물은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농산물은 7.2% 급등하며 지난해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같은 신선과실 가격은 생산량이 줄며 24.4%나 뛰어 2020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근(37.2%) 쌀(14.5%)도 덩달아 올랐다.
먹거리 물가 상승에 체감물가는 4%대를 넘었다. 국민들이 많이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라 전월(3.9%)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김보경 심의관은 "농산물은 계절적 영향을 보이기 때문에 10~11월에는 가격이 하락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정부가 물가를 진화하는 지점도 석유류와 농산물에 맞춰졌다.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3.8% 상승하며 7~8월(3.8%) 대비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농산물·석유를 비롯한 단기 계절적 요인이 큰 품목을 걷어낸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국제 기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으로 재산정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3%로 이보다 더 낮다. 이에 정부는 10월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5%·경유 37%)를 12월까지 연장하고 사과 계약재배·김장 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처방하기로 했다. 단기·계절적 요인으로 급등한 농산물·석유류 가격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휘발유에 25%, 경유·LPG부탄에 37%가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8월에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주요 산유국 감산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자 10월까지 2개월간 더 연장했다. 정부는 12월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ℓ당 615원으로 인하 전 탄력세율(820원)과 비교하면 ℓ당 205원이 낮다. 연비가 ℓ당 10㎞인 차로 하루 40㎞를 주행하면 한 달 유류비가 2만5000원 정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식음료나 공공요금처럼 그동안 억눌렸던 원재료 가격 인상분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에 원료 수입단가도 부쩍 높아졌다.
이날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11일 카스·한맥을 포함한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다. 1년7개월 만의 인상이다. 1일에는 이미 우유가격이 제품별로 3~4%씩 올랐다. 우유를 원료로 쓰는 아이스크림이나 빵 같은 가공식품 가격도 잇달아 인상된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6일부터 순차적으로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7일부터는 8년 만에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동일한 3.3%로 유지됐다. 국민들이 향후 1년 뒤에도 3%대 물가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과 함께 유가연동보조금 추가 연장도 추진한다. 시내버스와 택시,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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