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공화당 키운 미국판 '인방 정치'
팟캐스트로 극단 세력 띄우기
당내 분란 배후조종 분석 나와
게이츠 등 강경파들 출연시켜
인지도 올리고 자금모금 지원
NYT "동굴 같은 스튜디오서
공화당 혼란 불 지피고 있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주역이었던 '트럼프 책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팟캐스트)을 통해 극우 공화당 세력을 띄우고 공화당 붕괴를 조종해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배넌 전 전략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대변하며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을 진두지휘했다고 전했다. 배넌 전 전략가는 현재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건물 지하에서 매일 4시간씩 생방송으로 극우 정치 팟캐스트 '워룸(War Room)'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방송에 극우 공화당원을 출연시키고 매카시 전 의장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기존 공화당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여론을 형성해 왔다고 NYT는 보도했다.
배넌 전 전략가는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 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과 함께 지난 몇 주간 전략을 짰다. 또 해임 결의안이 제출된 당일에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최대한 강경한 모습을 내세워 언론의 주목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폭스뉴스 등 공화당 성향 매체가 게이츠 의원을 출연시키지 않더라도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그들을 부각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 결의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4일 아침에는 게이츠 의원과 함께 해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8명 가운데 중도 성향인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출연시켰다.
배넌 전 전략가는 이들을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의 설계자이자 영웅"이라고 소개하며 청취자에게 방송 중 모금을 독려하기도 했다. 메이스 의원은 "투표 전 모금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사람이 많았다"며 "그들이 내 모든 자금을 고갈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메이스 의원은 배넌 전 전략가와 게이츠 의원에게 선물과 같은 존재라고 NYT는 분석했다. 재정적 보수주의자이자 몇몇 논쟁적 사회문제에 중도 성향을 띠는 메이스 의원이 반란표를 던짐으로써 매카시 전 의장 축출이 공화당 강경파의 분노에 찬 집단행동으로 간주되는 점을 어느 정도 막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배넌 전 전략가가 의회 근처의 동굴 같은 스튜디오에서 공화당을 사로잡은 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팟캐스트를 활용해 공화당 반군을 지지하거나 키우는 한편, 혼란을 이용해 자신의 추종자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해당 매체는 배넌 전 전략가가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공화당 강경파 지지자의 분노를 한곳으로 모아 국가기관을 향한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배넌 전 전략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국회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공화당 강경파가 힘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의회 내 지도부 모임에서 배제된 강경파는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에서도 무시를 당하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번에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을 주도한 게이츠 의원도 당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배넌 전 전략가의 도움으로 게이츠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마가 회원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방송을 통해 자금을 모금하고 지지자들과 전화를 연결해 주면서 팬덤을 확보하는 식이다.
NYT는 "배넌 전 전략가는 강경파에게 여과하지 않은 자신들의 의견을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줌으로써 이들이 하원에 피해를 줄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넌 전 전략가는 트럼프 충성파 사이에서도 과거 행적과 범죄 이력 등으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애증의 관계다. 배넌 전 전략가는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성추행 의혹'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보수 기독교 성향의 로이 무어 후보를 지지했으나 무어 후보는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2020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 거액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에는 '1·6 의회 폭동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특위에서 소환을 통보받았으나 이에 불응하고 증언을 거부해 의회를 모욕한 죄로 4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배넌 전 전략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그를 사면해 줌으로써 더 이상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해줬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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