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김성식 감독, “블랙핑크 지수 와이어 매달고 너무 고생시켜”[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빅3’가 경합했던 치열한 추석연휴 극장가 승자는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이었다. 강동원의 액션과 비주얼, 허준호의 카리스마, 이동휘-박정민의 유머, 블랙핑크 지수의 카메오 출연 등이 관객을 사로 잡았다. ‘1947 보스톤’의 강제규, ‘거미집’의 김지운과 맞붙은 김성식 감독은 ‘천박사’로 기분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
고교시절 ‘살인의 추억’ 50번 넘게 본 ‘영화광’
그는 어린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좋아해 대학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졸업하고 하청업체에 들어갔는데, 선배가 ‘넌 영화가 어울리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울산의 한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을 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개봉 소식을 접했다. 교교 시절 ‘살인의 추억’을 50번 넘게 본 기억이 떠올랐다. ‘설국열차’ 원작 만화책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울산에서 첫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를 마치고 나온 봉준호 감독에게 무작정 시나리오를 건넸다. 봉 감독은 “이걸 왜 나한테 주냐”고 반문했다. 연출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두 달 후에 영어할 줄 아냐는 문의가 왔는데, 못한다고 했다. 그럼 다음 기회에 보자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봉 감독이 제작한 영화 ‘해무’ 연출부에 들어갔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잘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인연으로 ‘기생충’ 조감독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조감독도 맡았다.
“봉준호 감독 밑에서 ‘디테일’을 배웠어요. 사전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꼼꼼하게 배웠죠. 박찬욱 감독에게선 영화의 역사와 품위, 그리고 배우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를 배웠죠.”
‘아름다운 피사체’ 강동원 눈이 아름다워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동원은 신인감독과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그들의 신선한 에너지에 매료된다. 김성식 감독을 만났을 때도 ‘천박사’의 아트 비주얼을 보고 신뢰감을 가졌다.
“영화에 강동원의 동공과 피부결을 모두 녹여냈죠. 특히 동공이 참 예뻐요. 투명하더라고요. 우리와는 다른 종족 같았어요(웃음).”
강동원이 캐스팅 안되면 다시 조감독 생활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다행히 강동원의 합류로 꿈을 이뤘다. 이동휘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코미디 시범을 보이며 골라 쓰라고 했다. 이솜은 ‘붉은색 렌즈’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김종수는 촬영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허준호는 이미지가 세서 처음 만날 때 엄청 떨었다. 막상 만나보니 평화주의자였다.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작업할 때 만난 인연이 있다.
강동원 1박 2일 동안 산 속에서 구두 신고 뛴 장면 삭제
그는 수많은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판타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 ‘콘스탄틴’을 참고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의 분위기는 임권택 감독의 ‘안개마을’에서 착안했다. 팀을 이뤄 귀신을 퇴치하는 이야기는 ‘고스트 바스터즈’가 떠오른다. ‘인디아나 존스’의 느낌도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처음 감독하니까 판단을 내려야할 순간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어떻게 할까 생각했죠. 좀더 냉정한 판단을 내리게 되더라고요. 강동원 배우가 구두 신고 1박 2일 동안 산 속을 뛰어다닌 장면도 과감하게 덜어냈어요.”
블랙핑크 지수, 촬영장에 올때까지 믿지 못해
그는 지수가 카메오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블랙핑크’ 노래만 들었다. 진짜 올지 안올지 반신반의했다. 촬영장에 올때까지 믿지 못했다. 처음엔 부끄러워서 말도 잘 못했다. 지수는 선녀 역을 위해 와이어에 매달렸다.
“높은데 떠야하니까 와이어 연기가 필요했어요. 다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고생시킨거 같아요. 무척 고마웠어요.”
자신감이 오늘의 김성식 감독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언젠가 감독 하겠지”라는 믿음으로 연출부 생활을 버텼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을 끝내고 메가폰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10년을 쫓아다니다가 ‘천박사’를 만났어요. 이건 내 이야기다라는 확신이 들었죠.”
울산에서 첫 차를 타고 올라와 무작정 봉준호 감독을 만난 김성식 감독은 결국 꿈을 이루었다. 그는 나중에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이라면 언젠가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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