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서 내려오는 샌드위치와 청년리더십

2023. 10.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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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하늘에 떠 있는 식당이 있다면? 호주 멜버른에서는 샌드위치가 낙하산을 타고 7층 건물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 식당의 이름은 호주식 샌드위치와 낙하산이 결합된 '재플슈츠(Jafflechutes)', 샌드위치에 낙하산이라는 흥미요소가 더해져 멜버른 관광명소가 됐다. 비록 이 가게는 2021년 이후 폐업했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에서 샌드위치를 팔았던 창의력은 여전히 기막힌 발상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왜 수직 방향 공간을 이용하지 않는지 항상 의문이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샌드위치를 낙하산에 달아 판다는 발상이 말처럼 쉬웠을까? 첫 시도엔 독창성은 물론,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남극의 펭귄 서식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봄이 오면 펭귄들은 빙하 끝으로 모여 바닷속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엿본다. 하지만 펭귄을 노리는 물개들이 있어 누구도 먼저 뛰어들기를 주저한다. 그런데 '퍼스트펭귄'으로 일컬어지는 한 마리가 뛰어들면 너도나도 뒤따라간다. 물개라는 위험도 있지만 퍼스트펭귄은 가장 먼저 마음껏 물고기를 잡아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창의적이고 용감한 리더가 대한민국 지방에, 특히 청년들 사이에 더욱 필요한 시기다. 오늘도 청년들은 일자리·주거·학업 등의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고,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청년들이 원하는 기회를 지방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 39개 지역에 있는 청년마을에서는 2200여 명의 청년들이 지방살이를 체험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고,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례로 전북 군산 '술익는마을'은 전통 양조산업을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원도심에 활력을 더했다. 청년들은 지방에서 창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 소재한 '어스'는 못난이 과일을 차로 브랜드화해 서울과 대구 등 카페와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물개라는 위험을 펭귄들은 쉽게 피할 수 없겠지만, 정부는 지방에서 살아보고 창업을 하려는 청년 리더들의 위험을 덜어주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만 해도 청년마을에서 지방살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초기 정착비용을 지원하고 컨설팅, 선배 멘토링, 회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사업비와 판매 홍보도 지원해 지방의 창업 생태계 구축을 조성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행정안전부는 기업 이전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지방자치단체 재정부담을 뒷받침하고, 지방계약과 관련된 특례를 연장하는 등 이전을 촉진해 청년들의 탄탄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지방은 청년들에게 더 이상 촌스러운 곳이 아니다. 강원 양양 서피비치는 홍대보다 '핫'하고, 충남 예산시장은 을지로보다 '힙'하다. 행정안전부는 청년마을, 청년마을 기업, 기업 이전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지방에서도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지역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낙하산 샌드위치와 같은 창의성과 퍼스트펭귄의 용기를 가진 청년 리더가 많이 등장하길 희망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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