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훌훌 털고 어디든지 떠나보세요”

칼럼니스트 김재원 2023. 10. 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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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90. 바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하다면 어디론가 떠나보세요

가을은 제주여행에 적격인 계절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다는 유난히도 파란색을 더해가고 지천에는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일으킵니다. 가을만 되면 올레길을 걷는 이들과 오름과 한라산을 오르는 여행객이 유독 많아집니다. 특히나 올해는 추석 전후 연휴와 한글날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완연한 가을을 즐기러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는데요. 

외돌개. ⓒ김재원
성산일출봉. ⓒ김재원

벌써 제주에 산 지가 6년이 되었지만 매해 가을이 되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어집니다. 너무 아름답기에 가끔은 '이 좋은 걸 나 혼자 누리고 살고 있구나' 싶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며칠 전에도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요. 제주 곳곳 구석구석마다 가을의 향기가 얼마나 진하게 느껴지던지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고 밝고 행복한 표정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오더군요.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사람들, 올레길을 걷는 이들, 천지연 폭포와 외돌개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하고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를 즐기는 아이들까지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없었어요. 

숲길을 '어싱(earthing)'하고 있는 여행객. ⓒ김재원
천지연 폭포. ⓒ김재원

매월 정기적인 칼럼을 쓰다 보니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늘 고민하게 됩니다. '쓸 때마다 고민되고 고통스러우니 이번까지만 쓰고 그만두겠다'라고 말해야지 매번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한편의 글이 써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번 칼럼을 위한 소재를 찾으러 발길을 서두릅니다. 제게 제주가 꼭 그렇습니다. 글쓰기처럼 더 이상 새로운 글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데 제주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똑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사계절 모습이 다르고 하루에도 열두 번 새 옷을 입고 마중을 나오곤 합니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깔대로 맞춰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기분이 좋은 날에는 더욱 좋아지고 머리가 무거운 날에는 홀가분해지도록 해주니 제주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다른 이들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저는 바로 이 맛에 제주살이를 합니다.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제주 야자나무. ⓒ김재원
이호테우 해수욕장. ⓒ김재원

살다 보면 마음 답답한 일도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우리의 일상을 억누르기도 하고요. 남보다 나은 것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가진 것이 넉넉하지도 않고요. 그럴 때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안고 있지요. 내 것만으로는 회복이 안 되는 그런 순간에는 내 안에 없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간극이 있을 때마다 제주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치료제가 됩니다. 이 천혜의 자연환경이 주는 평온함. 그것만으로도 어깨를 누르고 있는 삶의 고단함들이 스르르 사라져 버리니까요. 

제주 가을 정취. ⓒ김재원
광치기해변. ⓒ김재원

때로는 일상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멈춤 버튼을 누르고 삶을 돌아볼 시간이라 여겨진다면 과감히 새로운 길로 걸어가 봐도 괜찮습니다. 전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일주일, 한 달 혹은 그 이상 일정 기간 주거지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고요. 지친 일상과 의미없이 오고 가던 수많은 말들에 시달려 잊혀졌던 나의 일상이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해 다시금 새힘을 내게 될 거예요. 그런 과감한 선택과 결정이 우리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오래 걸어가야 하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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