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청소년 우울증 60% '폭증'
작년 초중고 극단선택 193명
3건 중 1건이 정신질환 때문
전문가들, 학부모 역할 강조
"무기력증 초기 적극 대처를"
◆ 위기의 아이들 ◆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아직도 등교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인다. 성격이 소극적이었던 데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밖에 다니는 것만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A군은 "코로나 끝나고 학교에 갈 때마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게 힘들어 부모님께 어려움을 호소했고 학교 정문 앞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최근 우울증 상담을 받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친구들과 사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과도한 학업스트레스와 학교 및 가정폭력 등 다양한 이유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고를 겪은 아동·청소년들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만 6~17세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2년 3만7386명으로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시작한 2020년 2만3382명보다 1만4004명(59.9%) 폭증했다.
나이별로 보면 만 6~11세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2년 3541명으로 2020년(1964명)보다 1577명(80.2%) 늘었다. 만 12~14세는 같은 기간 5105명에서 9257명으로 81.3% 증가했고 만 15~17세는 그사이 1만6313명에서 2만4588명으로 5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백명재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취약계층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했다"며 "비대면 수업 등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청소년 자살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한 초·중·고생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자살한 초·중·고생의 수는 각각 144명, 140명, 148명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2021년 197명으로 껑충 뛰었고 2022년에도 193명으로 높았다.
자살 원인을 보면 정신과적 문제가 가정 문제, 학업진로 문제 등 다른 원인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정신과적 문제는 2020년 22건으로 원인 미상(59건), 가정 문제(35건), 기타(27건), 학업진로 문제(24건)보다 적었으나 2022년에는 67건으로 다른 원인들을 압도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 등 보호자가 청소년의 우울증을 알아챌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울증 청소년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무기력증이 '조용한 학생'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잦고 이 때문에 보호자가 우울증 여부를 늦게 알아채는 원인이 된다"며 "교육을 통해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를 빨리 진단해야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기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과 행동발달을 돕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정신건강을 관리할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담과 치료·관리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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