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시간 가졌다"…판빙빙, 탈세 논란·잠적설에 답했다(28th BIFF) [종합]
[OSEN=부산, 김보라 기자] “인생을 살면서 삶의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고 그 시간을 통해 뭔가 쌓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배우 판빙빙(42)은 5일 오후 부산 우동 KNN타워 KNN 시어터에서 진행된 새 영화 ‘녹야’의 기자회견에서 “저는 몇 년간 침착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생각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새롭게 대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됐다”라고 몇 년 동안 활동을 쉬었던 것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판빙빙이 출연한 ‘녹야’(감독 한슈아이, 수입 ㈜퍼스트런, 제공 (주)제이에이와이이엔터테인먼트, 배급 ㈜스튜디오디에이치엘)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 분)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녹야’는 제28회 부산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더 비스트’(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와 함께 초청받았다. 전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배우 판빙빙과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이주영의 만남으로 기대를 높인 ‘녹야’는 올해 하반기 국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탈세 논란으로 관심을 받았던 판빙빙은 4개월 간 행적이 묘연해 전세계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같은 해 9월 칩거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녀는 한화로 약 1438억 원 가량의 벌금형을 받았다. 실종 사태 이후 그해 10월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며 활동을 다시 이어갔다.
이후 판빙빙은 영화 ‘355’(2022), ‘킹스 도터’(2022) 등의 영화를 내놓았고 신작 ‘녹야’(2023)를 통해 올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날 판빙빙은 “부산영화제에서 ‘녹야’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7~8년 전에 부산영화제에 왔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했다.
지난해에 이어 신작을 내놓은 것에 대해 그녀는 “배우는 때론 시간을 갖고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 가령 7~8편을 연달아 찍었으면 몇 년 동안 쉬면서 그 사이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제 주윤발 배우를 만나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그가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가 중간에 몇 년을 쉬면서 자신만의 경험을 쌓았더라”고 그의 행보에 공감했음을 알렸다.
“공백기에 많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들과 교류했다”는 판빙빙은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그 시기에 하면서 제 인생에 무언가 축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기 감독님이 ‘녹야’라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셨을 때 굉장히 감동이었다. 여성이 여성을 구제한다는 이야기에 이끌렸던 거다. 저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매치되는 거 같기도 했다. 좋은 스토리와 좋은 인물은 늘 매력적이다”라고 ‘녹야’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판빙빙은 독특한 진샤 캐릭터를 해석한 것에 “저는 체험을 중시하는 배우라 같은 장면을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 저는 그냥 느낌대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한편 초록머리 역을 맡은 이주영은 판빙빙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배우들은 현장에서 같이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통하는 게 느껴질 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가까워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주영은 이어 “초록머리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초반엔 감독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촬영이 시작된 이후 판빙빙이 보내준 눈빛, 분위기를 통해 초록머리 여자를 만들 수 있었다”며 “초록머리 여자는 제게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간 도전해 보지 않았던 면들이 있어서다. 감독님은 ‘초록머리 여자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풀어놓은 동물처럼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 말에 힌트를 얻었다”고 캐릭터를 완성한 과정을 들려줬다.
이 영화가 도전적이었다는 이주영은 “감독님이 제게 보내주신 러브콜이 가볍지 않다는 걸 마음으로 느꼈다. 감독님이 저라는 배우에 대해 많이 파악하시고 저를 영화에 어떻게 남길지 구상한 상태에서 제안을 주셨기 때문에, 제가 믿고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처를 주는 일도 불가피하다. 초록머리 여자가 진샤 앞에서 차갑고 냉정할 수 있어도, 마음만큼은 그렇지 않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점점 감정선을 쌓아올렸다.”
그러면서 이주영은 “제가 출연을 망설이고 있을 때 판빙빙이 자필로 손편지를 써줬다. 그걸 보고 마음이 동요했다. 내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런 편지를 받다니, 그것도 판빙빙 언니에게 손편지를 받게 되다니, 놀랍더라.(웃음) 안 한다면 이 두 분에게 마음을 저버리는 거 같아서 같이 하고 싶었다”고 출연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전했다.
손편지와 관련해 판빙빙은 “제가 직접 손편지를 쓴다는 게 고민스럽고 걱정됐었다. 제가 너무 오버하면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의심을 받을 거 같았다. 그래서 여자가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언어와 국적이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주영이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발산하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저보다 나이가 10살이나 어리다는 말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여배우들은 그럴 수 있다.(웃음) 제가 손편지를 쓰더라도 주영이를 이 영화에 데리고 와야지 싶었다. 편지 마지막 부분에 제가 하트를 엄청 많이 날렸다”는 사연을 전해 웃음을 남겼다.
‘녹야’는 여성감독부터 여성배우, 그리고 여성 스태프까지 여성 영화인들이 완성한 작품이다.
한슈아이 감독은 “때로는 여성들만이 서로를 돕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가 가장 극심할 때 서울에서 찍었는데 마치 외로운 섬에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너무 어려웠는데 여자들이 똘똘 뭉쳐서 임했다. 촬영이 가능했다가 코로나 탓에 다시 촬영금지가 됐고 갑자기 ‘누군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면 멈춰야 해서 힘들었다. 여자들의 힘으로 완성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슈아이 감독은 두 배우 캐스팅과 관련, “이들이 예전에 했던 작품들 속 캐릭터와 정반대다. 그래서 관객들이 어쩌면 이 영화를 더 선택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 제가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라 무서울 게 없었던 거 같다. 어렵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주영은 “한국과 중국이 한국 로케이션으로 합작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스태프도 (한중) 반반이었다. 앞으로도 한중 합작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 제가 기여한 게 있는 거 같아서 좋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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