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름 공세’ 통했나...러시아 군함, 흑해기지서 속속 철수

선명수 기자 2023. 10.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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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러시아 해군 군함 상당수 철수”
영 국방부 “흑해 함대의 기능적 패배”
우크라군 과감한 공격 성과도 ‘한몫’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 위치한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 건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 내 흑해 해군기지에서 함정 일부를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강화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위성 사진과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러시아 해군의 흑해 거점인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군함 상당수가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소재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기술분석센터의 군사전문가 미하일 바라바노프는 지난 1일 촬영된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세바스토폴에 정박 중이던 군함 중 킬로급 공격잠수함 3척, 유도 미사일을 갖춘 호위함 2척, 초계함 1척 등이 러시아 본토의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대형 상륙함 1척과 신형 기뢰제거 함정 1척, 다수의 소형 선박들도 크름반도 동부 페오도시야로 옮겨졌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런 대규모 재배치는 러시아군이 최근 몇달간 이어진 일련의 공격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을 시사한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차관은 이를 두고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능적 패배”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주간 크름반도 내 흑해 함대를 집중 공격해 러시아의 잠수함과 대형 상륙함, 흑해 함대 사령부 건물 등을 파괴했다.

러시아군에 비해 해군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자체 개발한 수상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을 감행했다. 군사전문가들은 해군기지 공격에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섀도 장거리 순항미사일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도 최근 들어 크름반도를 급습하는 상륙 작전을 펼치는 등 과감한 지상 공격을 단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이 같은 공세는 최근 몇 달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항과 흑해를 오가는 선박을 연이어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크름반도 내 흑해함대를 거점으로 이 같은 공격을 확대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뚫어 해상 수출을 재개하고 흑해 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크름반도를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끊어내는 것도 공격의 주요 목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부터 동부와 남부에서 진행 중인 ‘대반격’ 성공을 위해 크름반도를 통한 러시아군의 보급선 차단에 주력해 왔다.

이런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대변인인 나탈리아 후메니우크는 “우리 군은 흑해의 최전선을 우크라이나 해안선에서 최소 100해리 뒤까지 밀어냈다”면서 “러시아 군함은 더 이상 크름반도 서쪽 끝에 있는 타르칸쿠트 곶을 넘어가지 못하며, 우크라이나 영해 방향으로 항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재배치는 2014년 크름반도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자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놀라운 좌절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름반도 병합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워 왔고, 크름반도를 러시아의 ‘거룩한 땅’ ‘성지’ 등으로 지칭하며 공을 들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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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9261614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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