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BIFF] "손편지까지"…'녹야' 판빙빙·이주영, 국적 넘은 워맨스(종합)

김선우 기자 2023. 10. 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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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중국배우 판빙빙과 한국배우 이주영, 두 사람의 연기 열정에 국적도 문화도 언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녹야(한슈아이 감독)'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녹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인천 여객항 보안검색대에서 근무하는 이방인 진샤(판빙빙). 낯선 타지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가던 그녀 앞에 자신과 달리 자유로워 보이는 초록머리 여자(이주영)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녹야'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판빙빙과 이주영이 주인공을 맞아 숨막히는 열연을 펼친다. 두 사람 모두에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실종설'에 휩싸였던 판빙빙의 신작이자 영화 '야구소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주영의 한중 합작 프로젝트 도전작이기도.

한슈아이 감독은 "난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다. 영화를 찍을 때 갑자기 내 머리에 스치는 화면이 지나가면서 감성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2명의 여자가 나타나고, 1명이 녹색머리 여자다. 이 두 여자가 달리는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빙빙이나 나나 한국이 익숙하고 친숙해서 한국에 가서 영화를 찍자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캐스팅 이유도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한슈아이 감독은 "파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내 의도와 들어맞는다. 두분이 이전에 했던 작품들을 많이 봤다. '녹야'에서 두분이 맡은 역할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바뀐 것이 예전 작품보다 더 비슷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반대 역할이 재밌는 도전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관객분들이 그것만으로도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내 두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새롭고 어려운 선택을 해보자 했을 수도 있겠다. 최종적인 결과는 모든 분들의 관심을 받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 거 같아서 기쁘다"고 만족했다.

이어 "좀 더 덧붙이면 이주영 배우는 '야구소녀'에 나온 거 보고 사랑스러웠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적으로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웃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귀엽고 잘 웃는 여자 아이에게 다른 면을 시켜서 꺼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판빙빙은 이전에 맡은 역할은 외향적이고 생명력도 강한 여성을 많이 했다. 이번 연기가 판빙빙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연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역할이었다.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 연기가 두 배우에게도 큰 도전이자 결실이 아니었나 싶다"고 설명했다.

판빙빙과 이주영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먼저 판빙빙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게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녹야'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 부국제는 7~8년만이다. 시간 지나 다시 방문하게돼 기쁘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감독님이 시나리오 주셨을 때 시나리오가 감동적이라 선택했다. 감독님과 교류를 통해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다. 그 역할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샤라는 역할을 제안하셨을 때 굉장히 놀랐다. 진샤라는 인물을 해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면에서 알지 못하는 해석하려는 욕망이 큰 듯 하다. 생각과 실제로 행동을 옮기는 것엔 많은 거리가 있다. 사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나리오에서 얘기하는 주제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접 여성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극복하고 다른 여성을 도와가는 게 이 스토리의 이야기다.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또 "파격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광범위한 개념인 거 같다. 전세계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사랑에서도 그렇고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속에서 감정과 마음이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런 게 좋은 듯 하다. 한국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아시아인으로서 기쁘고 흥분된다. 영화라는 건,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다원적으로 나아가는 과정 같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은 "나 같은 경우도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도전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독님이 내게 보내주신 러브콜이 가벼운 게 아니구나 마음으로 느꼈던 거 같다. 나라는 배우에 대해 이미 파악을 하시고 영화 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구상한 상태에서 제안을 주셨기 때문에 믿고 뛰어들어도 되겠다 생각했다"며 "빙빙 언니도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망설일 때 너무 따뜻한 손편지를 써주셨다. 자필로. 그 편지를 보고 마음이 많이 동했던 거 같다.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런 편지를 받게되다니. 그것도 빙빙 언니에게'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인 거 같았다. 이 두분과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영이 손편지를 언급하자 판빙빙 역시 그 당시의 마음을 전했다. 판빙빙은 "편지를 쓸 때 떨리고 긴장됐다. 손편지를 여성 연기자에게 직접 쓰면서 내 감정을 전달한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민이 됐다. 어떤 내용을 써야하는지 고민됐고 연애편지 쓰는 느낌이었다. 너무 달콤하게 쓰면 진정성이 안느껴질 거 같고. 편지를 중국어로 써야해서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생각한 건, 여자가 여자에게 편지를 쓰면 마음과 마음이 통할 것이다 생각했다. 나도 이주영의 영화도 드라마도 봤다. 거기서 보면 여기서 나온 역할과는 굉장히 다르다.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 영화를 보고 주영씨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사진을 보여주셨다. 귀여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편지 마지막에 하트를 엄청 넣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은 어떻게 워맨스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이주영은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 감정이 오가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으로, 마음으로 통하는 게 느껴질 때 확 마음이 열리고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초반부 초록머리 여자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땐 감독님이 길라잡이 해주셨다면 현장에서는 빙빙 언니가 보내주신 눈빛이나 신 안에서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 내가 초록머리 여자를 연기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던 거 같다"며 "쉽지 않은 연기이기도 했다. 언니의 캐릭터와 내 캐릭터는 정반대다. 도전해 보지 않았던 면들도 있었다. 풀어놓은 인물처럼 연기해주셨다. 덕분에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한슈아이 감독과 판빙빙, 이주영이 참석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간담회 내내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주영은 "언니의 뺨을 때리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마치 극 중 이야기처럼 판빙빙과 촬영 끝나고 만날 수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의 감정들을 가지면서 일상을 좀 더 보냈던 거 같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고, 판빙빙은 "중국오면 내게 꼭 연락하라고 했다. 매일 촬영이 끝날 때마다 중국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영화 밖에서는 두 사람 성격이 완전히 밖이다. 단기간 안에 마음을 터놓게 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 영화 제작팀이 거의 여성으로 이뤄진 것도 그런 요소일 수 있다. 촬영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지만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서 잘 했다"고 말했다.

이날 판빙빙은 지난 5년간의 공백기에 대해서도 돌아봤다. 그는 "연기자는 때론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 7~8편 찍었으면 몇년 정도 휴식도 필요하고 새로운 스토리나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제 주윤발님이 (부국제에서) 수상했는데 그 때도 느낌이 새로웠다. 1979년부터 시작하셨는데 1년에 8~9편 찍은 적도 있었고 나중엔 1년에 1~2편 찍을 때도 있었다. 쌓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마치 인간의 생명 주기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스토리나 삶의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 생활을 통해서 콘텐트를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몇년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눈으로 다른 인생을 바라보고 스토리를 생각하고 느낌을 쌓아가는 것, 인생을 다시 대하는 힘이 생긴 거 같다"며 "평생 잘 추구해야는 일이 있는 건 사실이다. 영화를 많이 봤다. 공백기 동안 교류도 많이 했다. 수업도 많이 들었고,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일들, 색다른 일들을 통해 인생을 축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부산=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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