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비거라지 대표 “자율주행은 테슬라...드론 자율주행은 우리가 최고”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0. 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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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창업 브룩허스트거라지
프리A투자 유치 마무리
미국 물류창고 공략 박차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
“자동차 자율 주행 분야에 테슬라가 있다면, 우리는 드론의 자율 비행과 관련해 누구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투자를 기반으로 하반기부터 미국 물류창고에 드론 적용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올해 초 북미 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재고관리 자동화 상업 서비스에 성공한 한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길거리의 이름을 딴 브룩허스트거라지(비거라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거라지는 지난달 263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마무리 지으며 드론 제작을 위한 투자금까지 마련했다.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북미 10대 물류회사인 켄코로지스틱스와 3년간의 공동 개발 끝에 물류 재고조사 정확도 99%를 확인했다”라며 “현재 여러 회사의 물류창고에 우리의 드론을 적용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과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의 전공은 드론 인공지능(AI) 자율 비행 기술이다. 7년 전 미국에서 처음 창업을 할 때도 드론의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는 게 사업 모델이었다. 테슬라의 차에 적용된 자율 주행 기술을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비거라지를 창업하고 처음 3년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매진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 제3자 물류회사 관계자가 비거라지의 자율 비행 기술을 본 뒤 “우리 물류 창고 재고조사를 자동화하는데 적용해 볼 수 있겠다”라는 제안하며 협업이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제3자 물류회사는 그들의 고객으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전달받아 커다란 창고에 보관한다. 미국 내 물류창고의 평균 크기는 대략 축구장의 1.5배 크기. 물품이 적재된 높이는 10m를 훌쩍 넘는다. 김 대표는 “팔렛트 단위로 재고를 보관하는 B2B 물류창고는 곳곳에 산재해 있는 빈 곳에 물품을 적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라며 “그만큼 재고관리가 잘 되어야만 효율적으로 재고 입출고가 가능하고, 분실 등의 재고 손실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거라지의 드론
물류회사들은 재고관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사람’을 썼다. 사람 여러 명을 고용해 사다리차를 타고 물류창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찍어 수량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비거라지는 드론으로 이를 무인화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이 물류창고 곳곳을 날아다니며 카메라를 이용해 물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촬영하면, 이를 데이터로 내려받아 관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미국 내 팔렛트 기반 물류창고의 재고 평균 정확도는 95%가량인데 1%만 오차가 발생해도 회사가 입는 피해가 엄청나다”라며 “드론을 활용하면 정확도를 99%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미국 물류회사의 물류창고 재고 정확도 상위 25%의 정확도는 약 98%로 높지만 하위 25%의 정확도는 90%대에 머무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생산과 판매를 위하여 재고 정확도 상위 25% 업체의 경우 매출 1000달러당 65달러의 재고를 쌓아두지만 하위 25% 업체의 경우 175달러에 달하는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김 대표는 “하반기에는 켄코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물류창고에서 드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론은 10여년 전부터 대중화되면서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내에서 드론이 정확하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자율 비행 기술은 쉽지 않다. 특히 물류창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확실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한 자율 비행 능력과 함께 물류창고가 가진 기존의 기반 시설을 건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비거라지의 기술이 이를 모두 만족시켰다.

김 대표는 “드론을 실내에서 날리기 위해서는 지도 작성과 함께 실내 곳곳에 표지 혹은 위치 신호기를 달아 위치를 인지해야 한다”라며 “여기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거라지의 기술은 자율 주행 자동차처럼 드론에 장착된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해 비행할 수 있다”라며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은 만큼 여러 물류회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
비거라지는 물류창고에서 드론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 드론 제작에도 직접 나서기로 했다. 한국 법인 사무실을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서 분당으로 옮긴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한국에는 하드웨어와 관련된 수준 높은 인재들이 많다”라며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한국 법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거라지는 한국 법인을 총괄하기 위해 김형수 전 이원 대표를 한국 총괄로 임명했다. 이원은 시각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터치를 통해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를 만들던 기업이다.

김형수 비거라지 한국총괄은 포레스트파트너스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어 LG전자 MC연구소장을 역임한 하정욱 서강대 교수도 ‘하드웨어 전략 수석’이라는 직책으로 비거라지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미국의 다양한 물류창고에 드론을 적용해 상용화하면서 비거라지의 기술력을 미국 시장에 알려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한국에 생산 기반까지 마련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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