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기 팍팍해지는 청년들···학자금 대출 상환 기준소득 미달 1년만에 24% 증가
자살·자해 시도한 20대도 4년만에 41% 급증
“8년 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직 280만원 정도가 남아있어요. 올해 갑자기 2021년 소득을 기준으로 의무상환 금액이 정해졌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작년 내내 직장이 없었고 올해 취업해서 이제 월급을 딱 2번 받은 상태라 200만원 넘는 돈을 한 번에 낼 여력이 안 됩니다. 상환을 유예할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 한 포털사이트 상담게시판에 올라온 학자금 대출 상환 문의다. 이처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고 대학을 졸업했는데 소득이 없거나 매우 적어 상환을 시작하지도 못한 청년이 1년만에 2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줄면서 의무상환을 중단한 청년도 매년 증가세다.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대학생 중 소득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환을 시작하지 못한 해당 연도 졸업자는 2022년 10만8789명으로 전년도 대비 2만770명(23.6%) 늘어났다. 의무상환 미개시자는 2019년 5만3138명에서 2020년 6만7961명, 2021년 8만8019명으로 매년 증가해 지난해 처음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이들이 상환하지 못한 학자금대출 잔액도 7564억7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33억200만원(19.5%) 늘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에게 학자금과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대학을 졸업한 후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상환하는 제도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총급여액이 2394만원을 넘기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의무상환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은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했거나 저임금을 받는 청년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국회에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의 이자를 면제해주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계류돼 있지만 면제 범위를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달라 논의에 진척이 없다.
의무상환을 시작했다가 소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서 상환을 중단한 청년은 2020년부터 의무상환을 새로 시작한 인원보다 많아졌다. 의무상환을 최초 개시한 대출자는 2020년 7만9630명, 2021년 7만8223명, 2022년 8만663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년도에 의무상환 대상이었다가 상환을 중단한 대출자는 2020년 10만7230명, 2021년 9만8459명, 2022년 9만7286명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2021년까지 감소세였다. 그럼에도 의무상환 미개시자와 중단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미취업과 저소득으로 인한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그만큼 큰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022년부터 학자금 대출도 다시 증가했다. 2022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23만2131명으로 전년 대비 4568명 늘었다. 대출금액도 같은 기간 7953억원에서 7974억원으로 21억원 늘었다. ‘생활비 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 기간에 등록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1만449명 줄었는데 생활비 대출을 받은 학생은 8416명 늘었다.
청년들이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표도 있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해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 현황을 보면, 20대 내원자는 2018년 7426명에서 2022년 1만487명으로 41.2%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대 이상 내원자는 2만1861명에서 2만373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서 의원은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는 청년들에게는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영향이 더 크고 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청년·R&D 등 미래예산을 삭감하는 퇴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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