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숨진 건설노동자…“안전로프도 지지대도 없어”

[중대재해]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6시43분께 대구시 달성군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거푸집이 붕괴하면서 이아무개(60)씨가 떨어져 숨지고, 아래에 있던 다른 노동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제공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대구 한 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숨졌다. 노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 일어난 인재라고 지적하며, 소규모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고용노동부와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27일 오후 6시43분께 대구시 달성군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바닥 기초공사를 위해 설치한 거푸집이 붕괴하면서 지상 1층에서 작업하던 이아무개(60)씨가 3.5m 아래의 지하 1층으로 떨어져 합판 등에 깔려 숨지고, 또 다른 노동자 2명이 다쳤다.

노동청 등은 합판 등 자재를 거푸집 위에 올리고 지하층으로 내리는 작업 중 자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거푸집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곳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유예 대상이다.

지난 27일 오후 6시43분께 대구시 달성군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 현장.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업한 옆 구간을 보면, 합판을 받치고 있는 각파이프가 휘어진 모습이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제공

노조는 사업주 쪽이 비용을 아끼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사고 현장을 확인하니, 지상 작업을 하는 거푸집 위에는 안전로프와 안전난간도 없었다는 것. 보와 보 사이에 각파이프 4개를 듬성듬성 놓은 뒤 무게 4t가량의 합판 380여장을 올려두었는데, 별다른 고정 장치나 지지대도 없었다고 한다.

민소현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교육선전부장은 “당일 작업 물량은 이미 마친 상황이었는데, 사업주 쪽이 이동식 크레인이 있을 때 작업을 더 하자고 강행했다. 크레인을 하루 더 대여하는 비용이 아까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함께 일한 한기백 노조 조합원은 “이미 날도 어두워졌고, (작업하려면) 자재를 결박하는 등 안전조처를 하고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장 관리자는 작업을 강행했다”며 “명백한 인재”라고 했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는 5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를 구속해 사망사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라”고 밝혔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제공

노조는 이날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비 50억 미만 현장이라는 이유로 사업주는 중대재해법을 피해갈 것이다. 50억 미만 현장도 당장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지난 27일 사고 현장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정확한 사고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