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 복구해줄게”...다른 코인 팔아넘겨 현금 챙긴 MZ 사기조직

인천경찰청 전경. /인천경찰청

주식이나 코인 투자 손실금을 복구해주겠다고 접근해 다른 코인을 사도록 하는 수법으로 70여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기 조직원 90여명은 모두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였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와 범죄집단조직 등 혐의로 총책 A(35)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텔레마케터 B(25)씨 등 8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천시 남동구와 경기도 의정부 등 4곳에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피해자 123명으로부터 7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사람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텔레그램에서 구입해 범행에 활용했다. A씨 등은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주식·코인으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를 복구해주고 있다. 금융거래보호법상 현금으로 보상하는 건 무리가 있어 코인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이 내세운 직함은 ‘증권사 손실 복구팀’이었다.

A씨 등은 현재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해당 코인이 마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처럼 속이고 무료로 나눠주거나 싸게 판매했다.

이후 실재로 있는 중견기업 대표 등을 사칭하면서 다시 접근해 “당신이 보유 중인 코인이 가치가 있어 고액으로 1만개 단위씩 대량 구매할테니 물량을 맞춰달라”고 속여 코인을 더 사들이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개당 1000~2000원짜리 코인을 1만~2만원에 구입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말에 속은 피해자들은 텔레마케터에게 다시 연락해 코인을 추가로 구입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억7000만원을 들여 코인을 추가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코인을 사겠다던 조직원은 “고통사고를 당했다”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거래를 연기했고 결국 연락을 끊었다.

이들이 무료로 나눠주거나 판매한 코인은 이른바 ‘스캠(사기) 코인’이었다. 스캠 코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일정기간 거래가 제한돼 실제로는 가치가 거의 없다.

A씨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20~30대 MZ세대를 조직원으로 모집했다. 조직원들은 코인 판매를 전담하는 텔레마케터와 중견기업 대표를 사칭하는 팀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죄 수익의 5~35%씩을 나눠가졌다. 또 조직력 강화를 위한 회식을 정기적으로 갖고, 판매실적이 우수한 조직원은 성과급을 받아가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 중 7억5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으로 동결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며 접근해 코인 구매를 유도하는 신종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