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개 십자가로 그린 오페라 ‘노르마’
스페인 거장 연출가 알렉스 오예 인터뷰
종교와 사랑, 금기와 열망 뒤섞인 광기
“고대 여성의 갈등, 파격적으로 재해석”
박찬욱·김기덕 등 韓영화팬 “또 오겠다”
지난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노르마가 이달 26~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실험성으로 정평이 난 스페인 출신 연출가 알렉스 오예의 현대적 해석과 파격적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예 감독은 인형극·연극 연출로 경력을 시작해 스페인 극단 ‘라 푸라 델스 바우스’를 공동창립했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과 세계 명문 극장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공연예술계 거장으로 꼽힌다.
원작 ‘노르마’는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가 만들어 1831년 초연됐다. 극중 시대적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고대 종교 드루이드의 여사제 노르마와 아달지사,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비극적 삼각관계를 다룬다. 권력과 갈등, 금기과 열망 등 모순된 상황과 감정이 극을 지배한다.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 등 아름다운 선율과 고난도 기교로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로 불린다.
오예 감독은 이 작품에 현대 스페인을 접목했다. 20세기 스페인 독재와 내전, 지금까지도 다수 종교인 가톨릭에 대한 은유가 가득하다. 최근 공연 준비차 내한해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을 깨부쉈다”며 “관객이 참여하지 않고 느낄 수 없다면 오페라는 그냥 박물관 속 작품으로 남고 말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한국 관객에게 유럽 정서가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을까. 감독은 주인공 노르마가 대변하는 여성상에 주목한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는 ‘광기’예요. 극한의 감정과 충동, 증오, 그 안에 사랑과 시기, 질투가 융합돼있죠. 노르마는 그 감정을 모두 보여주는 살아있는 캐릭터입니다. 대사제인 노르마를 현실 종교의 가톨릭 교황으로 비유할 수도 있고,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볼 수도 있어요. 관객 누구나 노르마와 교감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방한엔 우리나라 예술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 온 건 처음이지만 영화 ‘올드보이’ 등으로 한국 문화를 접했어요. 배우 황정민과 박찬욱 감독, 고 김기덕 감독의 큰 팬이죠. 올해 63세가 되면서 하고 싶은 일 위주로만 받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제안받거나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언제든 달려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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