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 “한국 싼 전기료는 보조금”...현대제철·동국제강 상계관세
“싼 전기료는 정부 보조금” 첫 공식 판정
다른 업종 파급 주시···통상 리스크 불거져
미국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대제철 등에게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 정부가 한국의 싼 전기료를 정부 보조금으로 공식 판정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말한다. 미 상무부는 이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와 철강 업계는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는 0.5%로 보고 있다.
이번 최종 판정을 앞두고 지난달 미 상무부는 한국전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등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와 업계는 지난 2월 미국에 수출하려 한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 이후, 이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종 확정됐다.
앞서 미 정부는 2020년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도금강판에는 상계관세를 물지 않기로 판결했다. 3년 만에 한국의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대한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최근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항소할 예정이다.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에 따라 상계관세율은 최종 확정된다.
일단 국내 전기요금이 낮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h)당 95.6달러로 OECD 평균(115.5달러)에 못 미쳤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킬로와트시(㎾h)당 전력도매가격은 2021년 94.34원에서 지난해 196.65원으로 100원 넘게 급등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49.6원 올리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이번 미 상무부의 결정이 다른 업종에도 파급 효과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한 해 미국에 수출하는 후판 물량이 4만t으로 생산량(약 200만t)의 2%에 그치지만 전기료가 지금처럼 원가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면 지속적인 통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가 이하의 전기료는 정부가 기업의 보조금 지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상계관세 같은 통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주장하기도 했다.
낮은 전기요금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확대되고 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은 작다. 선거를 앞둔 여당에서 여론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다. 그 전에 (전기요금 인상은) 안 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실제 10월 중순임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폭은 물론, 인상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력 생태계가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정상화’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25원가량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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