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하원의장 누가 될까…“누가 되든 매카시보다 더 보수적”
미국 역사상 첫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후임 자리를 노리는 공화당 내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차기 의장에 출사표를 냈다. 둘다 매카시 전 의장보다도 보수적이면서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화당 내분과 미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기 의장 후보는 누구?
뉴욕타임스(NYT)는 차기 의장 선거가 ‘스컬리스 대 조던’ 구도가 되면 “매카시 의장보다 더욱 오른쪽에 있는” 보수 인사들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하원 2인자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매카시 전 의장보다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2014년 백인우월주의 단체를 옹호하는 연설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 의원들과 두루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로부터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최근 혈액암 진단을 받아 투병하고 있어 건강상의 우려도 있는 상태다.
조던 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모임 ‘프리덤코커스’ 창시자다. 프리덤코커스는 재정·노동·이민·임신중단 등에서 극단적인 보수 정책을 지지한다. 지난 1월 하원의장 선거에서 강경파에 의해 후보로 추대됐으나, 이후 매카시 전 의장을 지지했고 그의 임기 동안 협력했다. 법사위원장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와 그의 차남 헌터와 관련된 의혹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조던 위원장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했다. 조던 위원장은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을 때 변호인을 자처한 의원 8명 중 한 명이고,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제 3의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신들은 현재 당내 최대 분파인 공화당 연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케빈 헌 하원의원이 의장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하원의장’ 카드 왜 거론될까?
공화당 일각에서는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장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하원의장 자격을 현직 의원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주) 공화당 의원은 이날 엑스에서 “유일한 하원의장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뿐”이라고 밝혔다. 트로이 넬스 공화당 의원(텍사스주)도 지난 3일 “이번 주 미국 하원이 다시 소집되면 나의 첫 번째 업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추천하는 것”이라면서 “내 생애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 차례 중범죄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 지도부 역할을 맡기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제까지 현직 의원이 아닌 사람이 하원의장직을 맡은 전례도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내게 의장을 맡아달라고 전화를 하고 있다”면서도 “내 초점은 (하원의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데 있다”고 했다.
의장 선출 과정과 쟁점은 무엇인가?
공화당은 10일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들어 후보를 정한 뒤 다음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표결할 예정이다. 하원의장에 당선되려면 전체 의석의 과반인 218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공화 222석, 민주 212석으로 양당의 의석수 차이가 10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 5명만 이탈해도 의장 선출이 불발된다. 올해 1월 의장 선거에선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표’로 인해 매카시 후보가 연거푸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15차례나 재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강경파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원 한 명이라도 의장 해임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하원 공화당원들에 할 조언은 딱 한 가지, 누가 의장이 되든 의장 해임안(motion to vacate)을 없애버리라는 것”이라며 “이는 하원의장의 직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스컬리스와 조던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경우엔 중도파의 표심 잡기가 오히려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강경 보수 성향을 띠는 두 후보나 하원의장 해임 사태에 대한 중도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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