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 이주영 향한 찐애정 담은 손편지까지…파격 워맨스 비화 (종합) [BIFF]

장아름 기자 2023. 10. 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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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녹야' 기자회견
중국계 배우 판빙빙(왼쪽부터)과 한슈아이 감독, 이주영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부산=뉴스1) 장아름 기자 = "사랑해요" "워아이니"

'녹야'의 주역인 중국배우 판빙빙과 배우 이주영이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과정과 파격 워맨스를 선보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언어로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서로 KNN타워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모더레이터인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한슈아이 감독, 판빙빙과 이주영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 분)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번 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신작 또는 화제작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계 배우 판빙빙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날 판빙빙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녹야'를 선택해주신 걸 감사드린다"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이 7~8년 전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무대에 소개되고 있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기쁘고 감동을 느끼고 흥분되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판빙빙은 실종설 등이 불거졌던 공백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연기자는 때로는 시간을 갖고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며 "7~8편 정도 영화를 찍었으면 휴식 시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스토리와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또 그는 "어제 주윤발(저우룬파) 배우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셨는데 그때도 느낌이 새로웠다"며 "1979년부터 영화를 시작하셨는데 연기 경력을 보면 8~9편 찍은 적도 있고 1년에 1~2편 찍으면서 인생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생명주기와 마찬가지로 삶의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다 생각한다"며 "배우에게 기복이 나쁜 것은 아니고 콘텐츠를 쌓아가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몇년간 스스로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새로운 눈으로 다른 인생 바라보고 스토리를 생각하고 인생 새롭게 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판빙빙은 "공백기에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과 교류했고 영화 관련 수업도 들었다"며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었던 일을 색다른 경험 통해서 인생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중국계 배우 판빙빙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판빙빙은 출연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녹야'는 두 명의 여자가 나오는 영화"라며 "이미지도 기질적으로나 다른 인물이 나오는데 한 여성은 조심스럽고 얌전하면서도 스토리가 많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에 녹색 머리의 여성에게 이끌리게 되고 이후 며칠간 일어나는 감정 변화가 전개되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성이 여성을 구제하는 역할이라는 것에 이끌렸고 감동적이었다, 몇년간 개인적인 사건과 스토리와 여기 나온 역할이 매치가 되는 것 같았고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은 스토리는 늘 매력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나리오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선택했다"며 "저는 26년동안 연기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했는데 감독님이 이 역할을 제안해줬을 때 많이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원시적으로 인물을 해석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며 "배우는 내면 속 알지 못하는 해석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것 같다, 생각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많은 거리가 있어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도 고백했다.

판빙빙은 "이 영화가 얘기하고 있는 주제는 '여성아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것"이라며 "여성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대 대면하고 해결하고 극복하고 도와가는 스토리인데 그 속에서 많은 감정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 판빙빙(오른쪽)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에서 이주영과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판빙빙과 이주영의 파트너십을 엿볼 수 있었던 캐스팅 과정도 눈길을 끌었다. 이주영은 "초록머리 여성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판빙빙 언니인 것 같다"며 "어떻게 언니와 소통하고 친해지게 됐냐 여쭤봐주셨는데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서로 감정이 오가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으로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느껴질 때 마음이 열리고 가까워진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초반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는 감독님께서 도움을 주셨다면 현장에서는 언니가 보내주는 눈빛이나 신 안에서의 분위기 같은 것들로 도움을 받았다"며 "쉽지 않은 연기이기도 했고 도전해보지 않았던 면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이런 것을 즉각적으로 알아채는, 동물적 감각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풀어놓은 동물처럼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며 "그 덕분에 유대감 같은 게 형성될 수 있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출연 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주영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며 "도전적인 부분이 있고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면서도 "감독님이 보내주신 러브콜이 가벼운 게 아니구나 마음으로 느꼈다, 저라는 배우에 대해 많은 파악을 하시고 저를 어떻게 담을지 구상하신 상태에서 제안주셨기 때문에 믿고 뛰어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주영은 이어 "판빙빙 언니도 망설이고 있을 때 따뜻한 손편지를 써주셨다"며 "그 편지를 보고 제가 마음이 많이 동했던 것 같다, '연기 활동을 하면서 내가 이런 손편지를 받게 되다니, 그것도 빙빙 언니에게'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주영은 "그래서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이 두분의 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며 "두분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 속에서 고난을 헤쳐 나가는 두명의 여자를 보고 싶어서 구상하게 됐다 말씀하셨는데 '그 영화 나도 보고 싶다' 했고 더 나아가서 그 영화에 내가 출연하고 싶다 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 자체가 컸다"며 "한국과 중국, 한국 로케이션으로 합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합작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판빙빙은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화답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계 배우 판빙빙(오른쪽)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녹야’(감독 한슈아이)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판빙빙은 이주영에게 손편지를 썼던 당시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그는 "이주영에게 편지를 쓰는 그날 밤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며 "'직접 손편지를 써야 하는데 말도 안 통하고 어떻게 소통이 가능할까' '우리가 정말 그녀를 선택하고 싶고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판빙빙은 "편지를 쓸 때 떨리고 긴장됐다"며 "손편지를, 그것도 여성 연기자에게 직접 쓰면서 감정을 전달한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고 고민 됐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고민이었고 오버스럽게 하면 진정성을 깎아먹을 것 같았다, 너무 달콤하게 쓰면 의심을 살 것 같아서 연애 편지를 쓰는 것 같이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또 판빙빙은 "하지만 여자가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이주영의 작품들을 봤는데 여기서 나온 역할과 다른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주영씨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주영씨 사진을 보여주더라, '저 이 여자 알아요, 귀여운 사람인데'라고 했다가 제가 열 살이 많은 걸 발견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판빙빙은 "이주영은 이미지가 귀여우면서 진정성을 담고 있는 모습인데 이 모습이 영화에서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이미지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손편지를 써서라도 데려와야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빙빙은 "이런 달달한 스토리가 있었다"며 "마지막에 하트를 엄청 많이 남겼다"고도 귀띔했다. 그러자 이주영은 중국어로 "사랑한다"는 뜻의 "워아이니"를 말해 웃음을 더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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