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에 인생 경험 축적”..판빙빙, 괴담 뚫고 무사귀환[2023 BIFF]

판빙빙X이주영, 파격 그 이상의 워맨스 ‘녹야’

이보다 더 진한 워맨스가 또 있을까. 영화 ‘녹야’를 통해 파격 그 이상의 강렬함을 선사한 중국 배우 판빙빙과 한국 배우 이주영의 만남이다.

이주영은 5일 부산시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녹야’의 기자회견에서 “초록머리 여자를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판빙빙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배우는 현장에서 같이 연기하면서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의 감정이 오간다. 눈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느껴질 때 가까워진다”면서 “초반부 초록머리 여자를 만들어나갈 땐 감독께서 많은 도움을 주고 길라잡이를 해주셨다면 현장에선 판빙빙께서 제게 보내주는 눈빛이나 분위기가 제가 연기하는 데 무리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께서 저라는 배우를 이미 많이 파악하고 영화에 어떻게 담을지 구상한 상태에서 제안을 주셨다. 믿고 뛰어들어도 되겠단 생각이 있었다”며 “출연을 망설이고 있을 때 판빙빙의 따뜻한 손편지 덕분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건 둘에게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 같았다.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5일 영화 ‘녹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영(왼쪽)과 판빙빙. 부산=유용석 기자

판빙빙 이주영 주연작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 분)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 분)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판빙빙은 ‘녹야’에 대해 “인생의 기질이나 경험 등이 다른 두 명의 여자가 나오는 영화”라며 “‘진샤’는 조심스럽고 얌전한, 마음속에 담겨진 스토리가 많은 여성이다. 그러다 초록 머리를 한 여성을 만나서 그 색에 이끌리고, 감정의 변화가 전개되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녹야’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동적이었고, 한 여성과 여성이 구제하는 역할이라는 것에 이끌렸다. 개인적인 사건이나 스토리, 여기서 나왔던 역할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좋은 역할이나 스토리는 늘 매력적이기 마련”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판빙빙은 또 “이주영의 ‘야구소녀’를 봤고, 다른 드라마도 봤다.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면서 “영화 보고 이주영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주영의 사진을 내밀어서 ‘나, 이 여자배우 알아요. 굉장히 귀여운 사람인데’라고 했다. 이주영이 귀여운 이미지면서 진정성 담고 있는 모습이 우리 영화에서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고 믿음을 보였다.

더불어 “손편지를 써서라도 이주영을 데려와야지 생각했다. 편지 마지막에 하트를 엄청 많이 날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판빙빙은 2018년, 약 44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당시 종적을 감춘 그는 한동안 실종설, 사망설, 구금설, 정치인 스캔들 연루설 등에 휩싸였다. 이후 중국 세무국에 약 1509억원을 납부한 뒤 자숙을 해오다 할리우드 영화 ‘355’로 복귀했다. 이후 영화 ‘녹야’로 한국 팬들과도 만나게 됐다.

판빙빙은 각종 루머 속에서 가진 공백기에 “연기자는 때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침착하게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배우들도 인간의 생명 주기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스토리나 삶의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전혀 나쁜 게 아니고 그런 생활을 통해서 콘텐츠를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며 “스스로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눈으로 다른 인생을 바라보고, 또 다른 인물을 만나고, 또 다른 느낌을 쌓아가면 인생을 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제가 추구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건 당연하다. 공백기 동안 영화를 많이 봤고, 영화인들과 교류하며 영화 수업도 많이 들었다. 시간에 쫓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했다. 인생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녹야’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감동적이었고, 한 여성과 여성이 구제하는 역할이라는 것에 이끌렸다. 개인적인 사건이나 스토리, 여기서 나왔던 역할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좋은 역할이나 스토리는 늘 매력적”라고 덧붙였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부산=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