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동 모두 ‘보호’하는 제도 되려면···“상담·지원 체계+입양 늘려야”[창간기획]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 특별법) 제정안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위기 임산부가 신원을 숨기고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는 ‘보호출산제’가 여성과 아동을 진짜 ‘보호’하기 위해서는 출산 전 위기 임산부에 대한 상담·지원 체계를 만들고, 그럼에도 원가정 양육이 어려운 아동은 입양과 가정위탁 등 최대한 원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의 기본 전제가 ‘출산 전 지원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출산제가 ‘아이를 낳으면 다 익명으로 해줄게’ 식으로 왜곡 전달되고 있다”며 “보호출산제의 개념에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진다는 게 같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와 비슷한 ‘신뢰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임신부터 출산까지 모든 과정이 ‘임신갈등상담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상담소에서는 철저한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성교육부터 가족계획 등 다양한 상담이 이뤄진다. 위기 임산부에게는 양육수당 정보와 입양 절차 등이 안내된다. 익명을 전제로 한 ‘신뢰 출산’은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상담을 거쳐 최후의 절차로 안내된다. 이 같은 상담소는 독일 전역에 1300곳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여성가족부가 대면 심층 상담이 가능한 가족센터를 전국에 244곳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 특화돼있지 않다. 정부는 유기아동 발생건수와 상담 수요를 고려해 향후 전국에 10개 내외의 지역상담기관을 보호출산제 상담기관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독일처럼 인구·면적 등에 비례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인구 4만명 당 1개의 상담소를 만들도록 아예 법에 정해져있다”며 “한국은 지역마다 있는 보건소를 활용할 수도 있고 기존 가족센터에 (위기 임산부 상담 체계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전 상담·지원을 충분히 거친다 해도 불가피하게 보호출산을 선택하는 여성은 일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13년 서명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은 ‘원가정 보호가 우선이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국내에서 보호할 가정을 찾고, 국내에서 찾지 못할 경우 해외 입양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설 보호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돼있다.
지난해 발생한 2289명의 보호대상아동 중 입양 된 아동은 52명(2.3%)에 그친다. 보호출산 아동이나 베이비박스 아동처럼 지자체장이 성과 본을 창설한 아동은 입양이 더 어렵다. 입양특례법 절차에 따라 입양기관에 직접 의뢰된 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양부모와 연결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민간 입양기관의 재량을 제한하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올해6월 입양특례법과 아동복지법 등 개정이 이뤄졌다. 민간기관 대신 지자체가 입양 대기 아동과 양부모 결연을 맡고, 해외입양은 국내입양이 어려울 때만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입양의 차선책인 ‘가정위탁’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3년 1만1173개였던 위탁 가정은 2021년 7830개까지 줄었다.
박명숙 교수는 “한 생명을 키우고 사회에 기여하는 소수의 위탁 가정의 마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위탁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양육비 지원과 상해보험 등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05145400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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