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본 손해 코인으로 보상해준다며 스캠(사기)코인 팔아

투자 손실 경험자에 “손해 복구해주겠다”
“코인 줄테니 물량 맞춰달라” 구매 유도

피의자들이 실제 존재하는 기업의 대표를 사칭해 범행에 사용한 명함. <사진=인천경찰청>

주식·가상화폐(코인) 투자로 본 손실을 코인으로 보상해주겠다고 접근해 70여 억원을 받아 가로챈 코인 사기 범죄조직 일당이 경찰에 전원 검거됐다.

인천경찰청은 코인사기 범죄조직 총책 A씨(35) 등 93명을 붙잡아 A씨 등 9명을 범죄집단조직,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B씨(25) 등 8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A씨 등은 “주식·코인 투자 손실을 코인으로 보상해주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인천 남동구 구월동과 경기 의정부시 등 4곳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피해자 123명으로부터 7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상적인 코인 위탁 판매 업체로 위장해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들에게 판매한 코인도 가치가 없는 일명 ‘스캠(사기)코인’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A씨 등은 주식·코인 정보 등을 주고 받는 리딩업체에서 투자 손실 경험있는 피해자의 이름과 휴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확보한 뒤 ‘○○투자증권 손실복구팀’ 등을 가장해 전화했다.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주식·코인으로 손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복구(환불)해주고 있는데, 금융거래보호법상 현금으로 보상해드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코인으로 지급해드리고 있다”라고 속인 뒤 가치가 없는 코인을 매수하도록 했다.

피해자들이 코인을 매수하면 팀장급 조직원이 중견 기업 대표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다시 접근해 “코인 명부를 보고 전화했다. 당신이 보유 중인 코인을 고액으로 1만 개 단위씩 대량 구매할테니 물량을 맞춰 달라”고 속여 추가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중견기업 대표를 사칭한 팀장급 조직원은 코인 거래 예정일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다”등의 이유를 대며 연락을 끊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주거나 싸게 판 코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일정 기간 거래가 제한(Lock-up)돼 실제로는 가치가 거의 없는 ’스캠 코인‘이었다.

A씨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20∼30대인 MZ 세대를 조직원으로 모집해 11개 팀을 운용했다.

조직원들은 스캠 코인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와 중견 기업대표를 사칭하는 팀장 등으로 철저하게 역할을 나눴고 범죄 수익 중 5∼35%씩을 A씨와 함께 분배해 가졌다.

또 매일 스캠 코인 판매 실적을 A씨 등 윗선에 주기적으로 보고했으며 경찰 추적에 대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컴퓨터도 수시로 포맷했다.

A씨는 또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회식을 했으며 판매 실적이 우수한 조직원이나 팀에는 별도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코인을 이용한 사기 조직의 사무실 위치를 알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5개월 동안 수사해 A씨 일당을 검거했다.

또 이들의 범죄 수익 가운데 7억5000만원가량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으로 동결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