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A면과 B면, 코미디와 아련함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10.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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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가 다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소비되는 중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시절 추억 코드로 90년대를 사용했다면 2023년 현재 90년대는 대중문화가 가장 관심 있게 바라보는 시기다.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90년대는 가장 대중문화가 활발하게(어쩌면 표절까지도?) 꽃피우던 시기였다.

어찌 보면 90년대는 코미디의 A면과 아련함의 B면이 담기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같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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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다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소비되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1990년대가 다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소비되는 중이다. 10년 전 tvN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다시 90년대 바람이 분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시절 추억 코드로 90년대를 사용했다면 2023년 현재 90년대는 대중문화가 가장 관심 있게 바라보는 시기다.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에서 90년대는 가장 대중문화가 활발하게(어쩌면 표절까지도?) 꽃피우던 시기였다. X세대의 등장과 함께 우리가 아닌 '나'를 내세우는 젊은이들은 거리와 TV 안에서 활보했다. 트로트와 발라드 중심의 가요 시장에서 댄스와 록 중심의 가요들이 전면에 나선 시기이기도 했다.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확실하게 10대와 20대로 자리 잡은 때이기도 했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4>는 이런 90년대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 올여름 온오프상에서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SNL코리아>의 새 코너 <선데이90>은 90년대의 압구정로데오거리와 신촌거리에서 만났을 법한 젊은이들을 그대로 옮겨왔다. 두건 패션, 꽁지머리, 배꼽티, 라인 뚜렷한 시커먼 입술까지. 여기에 화면 색감까지 90년대인 <선데이90> 속에서 SNL크루 윤가이와 김아영 등은 그 시절의 서울사투리로 X세대 뉴스 인터뷰를 재현한다.

그런데 당시 새로운 충격이었던 90년대는 X세대 <SNL코리아>를 통해 2023년의 코미디로 소비된다. 사실 과한 양념도 없이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할 뿐인데도 그렇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사투리와 지금의 시선으로는 과한 패션코드와 허세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90년대 어찌 보면 가장 새롭게 힙했던 그들이 2023년에는 촌스러움의 유머코드로 소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90년대가 단순히 과하게 화려해서 낡고 촌스러운 시대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90년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끼어 있는 시대였다. 그렇기에 80년대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명이 일상으로 들어왔다. 호출기와 휴대폰에서부터 PC통신과 초기 인터넷이 모두 이 시기에 우리의 삶이 되었다. 그리고 이 물건들은 공중전화와 편지 등에 담긴 아련한 추억의 역할을 대체했다.

90년대는 그런 이유로 화려해서 코믹한 시기인 동시에 휴대폰, 호출기, 채팅 등에서 아날로그적인 아련함이 남아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이런 90년대의 아련함을 드라마 안에 배경으로 잘 깔아놓은 작품이다. 대만의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에서 현재를 사는 한준희(전여빈)는 1998년의 여고생 권민주(전여빈)에게 빙의된다. 그리하여 한준희는 1998년의 남시헌(안효섭), 정인규(강훈)와 함께 1998년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이 드라마에서 한준희가 1998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이어폰으로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것이다. 음악과 함께 한준희는 물론 시청자들은 90년대로 돌아가 그 시절의 아련하고 풋풋한 상황들을 함께 공유한다.

어찌 보면 90년대는 코미디의 A면과 아련함의 B면이 담기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같은 시기이다. 그리고 추억이란 원래 웃기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무엇이다. 게다가 농촌 공동체와 군대문화의 70년대와 80년대에 공감하지 못할 세대가 따스한 추억으로 느낄 만한 유일한 시기 역시 90대인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쿠팡플레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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