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세상을 선물받았다"…주윤발, 영웅의 진심 (기자회견)
[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연기가 없었다면, 주윤발도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하 주윤발)
기자회견 내내 짓궂은 농담과 재치를 숨기지 못했다. 취재진의 "따거"라는 외침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셀카도 남겼다. 에어드롭으로 공유하겠다는 여유는 덤.
그러나 연기에 대해 물을 땐, 한껏 진지해졌다.
"저는 홍콩의 작은 바닷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영화를 시작하고부터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세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래서 연기가 없으면 저도 없습니다."
영원한 큰 형님, 주윤발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방문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 KNN시어터에서 열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대표작 '청부업자: 호월적고사'(1981년), '영웅본색'(1986년), '가을날의 동화'(1987년), '첩혈쌍웅'(1989년), '와호장룡'(2000년)부터 신작 '원 모어 찬스'까지.
그의 50년 연기 인생을 물었다.
주윤발은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액션, 멜로, 코미디, 사극 등 한계 없는 연기로 지난 1976년 이후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올해 BIFF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게 돼 신난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팬들이 기억하는 그의 대표작은, 단연 '영웅본색'. 홍콩 누아르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대표작 톱3 중 '영웅본색'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주윤발은 "'영웅본색'은 제가 방송국을 떠나 만난 첫 작품이라 내게도 임팩트가 크다"며 "제 대표작 3가지로 '영웅본색'과 '와우장룡', '첩혈쌍웅'을 꼽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BIFF에선 '영웅본색'과 '와호장룡'을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그의 5년 만의 신작 '원 모어 찬스'(감독 반요명)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신작도 소개했다. "아빠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의 부자지간의 정을 다룬 영화"라며 "이런 장르의 영화를 안 한 지 오래돼서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주윤발은 전설적인 배우다. 그러나 전설에 머물지 않았다. 계속해서 작품에 출연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배우로서 그의 마음가짐은 어떠했을까.
"저는 지금만 생각합니다. '현재를 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또다시 기회는 오지 않으니까요. 매 순간, 지금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윤발은 홍콩 영화의 황금기 정점을 이끈 배우다. 그러나 현재 홍콩 영화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이에 대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털어놨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1980년대 홍콩영화는, 1997년 이후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홍콩 영화는 검열을 많이 받아요. 영화를 만들려면 여러 부서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죠.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렵고요. 저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 노력 중입니다."
반면 한국 영화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 영화는 자유도에 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재의 방대함에 놀랄 때가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 영화의 화려한 부상. 그러나 내부에선 국내 관객 수 감소 등 위기론도 나온다. 주윤발은 이에 대해 "영화계의 어려움은 전 세계 공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3년간 많은 사람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영화들을 접했습니다. 홍콩 업계도 어떤 소재의 이야기를 다뤄야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8,100억 기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제가 기부한 게 아니라 아내가 기부했다. 제가 힘들게 번 돈을 아내가 기부했다. 그래서 정확히 얼마를 기탁했는지 모른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다"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없이 가도 상관없다. 하루에 흰쌀밥 2그릇이면 충분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와병설에 대해서도 호탕한 반응. 주윤발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저는 건강을 위해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이번 달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을 할 것"이라며 "내일도 부산에서 10km를 뛰며 연습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연기 인생 50년. 그러나 천진하고 짓궂은 소년의 모습은 여전했다. 기자회견 내내 농담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 물을 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는 "저는 홍콩의 작은 바다 마을에서 태어났다. 10살에 도시로 나왔다. 그리고 영화를 바로 시작했다. 많이 배우지 못한 제게, 영화는 모든 것을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세상을 줬어요. 연기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연기 인생은 어떨까.
"제한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마음이 있어요. 단, 촬영이 없을 때는 운동선수의 생활을 보내고 있을게요. 하하."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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