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차이나] “e스포츠도 배워야 하는 시대… 게임 코치, 저희가 매칭해 드립니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10.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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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게임 커뮤니티 앱 ‘리타’ CEO 인터뷰
게임 고수-이용자 매칭 서비스… 작년 韓 진출
“현지 파트너십 강화, 亞太 최대 네트워크 목표”

중국은 스타트업 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벤처투자액 규모는 수백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재와 코로나19 방역 통제 등 각종 악재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의 기업가 정신은 여전히 강력하다. 중국 미래를 책임질 스타트업들의 고군분투 현장을 기록해 본다. [편집자주]

특정 분야에서 자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반드시 ‘선생님’이 필요하다. 농구,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동네에서 이름 꽤나 날리고 있는 운동 고수들은 모두 알고 보면 또 다른 고수에게 어깨너머로 배웠거나, 전문 코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같은 ‘배움’의 니즈를 e스포츠에도 일깨워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중국계 글로벌 스타트업이 있다.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앱 ‘리타(Lita)’를 운영하는 기업 ‘바투타테크놀로지’다.

리타의 기능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주요 게임에서 활동하는 고수들과 이용자를 매칭시켜 준다. 고수들은 이용자에게 일종의 과외비를 받고, 리타는 고수들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실력과 매너를 모두 갖춘 고수와 함께 플레이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입소문 덕에 앱 다운로드 1700만회를 돌파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리타 앱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 고수들은 10만여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6곳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리타는 지난해 ‘e스포츠 종주국’ 한국에도 진출했다.

창업자인 장이하오(张一豪·31)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최대 식당 예약 서비스 기업인 오픈테이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링크트인을 거쳐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8년 특정 관심사 기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매쉬업을 창업했다. 12만명의 이용자를 모았지만 자금상 어려움 끝에 사업을 접은 그는 게임 개발사 펀플러스에서 일하다 2020년 바투타로 창업에 다시 도전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 공유 오피스에서 직원 50여명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그래픽=정서희

―첫 번째 창업에 실패하고도 또 창업에 나섰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항상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싶었다. 대학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친구들 대부분이 컴퓨터공학 전공자였다. 이들은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만든 뒤 그 비즈니스를 성공시켰고, 나는 옆에서 이들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 졸업 후 오픈테이블, 링크트인을 거친 것은 창업하는 데 부족한 경험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궁극적 목표는 나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아이템을 선택한 계기는.

“리타와 같은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는 사실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게임 개발사 펀플러스에서 근무하던 시절, 회사는 이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미국, 대만 프로젝트를 맡았다. 대만에서 게임 커뮤니티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수천만위안의 수입이 나왔다. 세계 시장에서 이 모델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왜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창업 본거지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 창업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다. 높은 고객 확보 비용 등에 막혀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했지만, 그때 중국보다는 해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다음에 창업한다면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e스포츠 분야에서 동남아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인도네시아를 보면, 2억7000만명의 인구 중 1억명이 게임을 한다. 이들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을 하며 지낸다.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법인을 둔 이유다.”

―게임은 함께 즐길 친구가 온라인상에 널린 것 아닌가. 돈까지 내가며 게임 메이트를 구하려는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나.

“게임 내에서 무작위로 메이트를 만나는 것과 수준급의 메이트를 직접 골라 함께 게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리타는 전문적이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 트레이너를 당신에게 소개한다. 농구, 테니스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용자들은 메이트의 지도에 따라 게임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욕설과 비방 등 비매너 환경에서 벗어나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자신의 캐릭터와 상호 보완이 가능한 캐릭터가 필요할 때도 유용하다. 특히 한국처럼 게이머들이 치열하게 게임에 임하는 환경에서 이같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확실하다고 본다. "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총 7개국에 진출했다. 각 국가에서 앱을 출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유료로 게임 메이트를 매칭해주는 서비스에 게이머들이 익숙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다 보니 각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이 서비스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시켜야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해당 국가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수단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앱 ‘리타(Lita)’의 한국판 서비스. 각종 게임 고수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리타 캡처

―한국에서는 사진을 보고 여성 메이트를 고르고, 이들에게 돈을 주고 함께 게임을 한다는 데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리타에 여성 메이트가 남성 메이트보다 많고, 이들에게 돈을 주고 같이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오해는 리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무관하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여성 코치들이 더 많거나 인기 있는 종목들이 있다. 여성들의 인기가 많다고 해서 이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게임 생태계를 키우고 게이머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목적이다. 그리고 우리의 서비스는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

―불편한 시각을 해소할 필요가 있을 텐데.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직접 엄격한 심사를 통해 메이트를 선발하고, 교육한 뒤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메이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남성 메이트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메이트의 개인 사진과 정보가 올라오는 만큼 콘텐츠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어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산업과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전까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바투타가 나아갈 방향은.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게이머를 위한 가장 큰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올해 말 필리핀, 일본, 남아메리카 추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보다 심도깊고 현지화된 파트너십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현지 e스포츠팀, 인플루언서, MCN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아마추어 선수 토너먼트 경기를 개최하는 방안과 e스포츠 팀을 직접 후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이미 리타를 통해 재능 넘치는 게이머들을 많이 확보한 만큼, 자체 MCN 에이전시를 설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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