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2024년은 분초사회... 고객의 시간 둔 쟁탈전 벌어질 것”
호모 프롬프트, 도파밍, 디토소비 등 10개 트렌드 키워드 선정
“내년도 소비시장은 고객의 시간을 둔 쟁탈전이 될 것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소비 트렌드를 이 같이 진단했다.
올해로 16번째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 해의 띠 동물이 들어가는 키워드를 정하고, 10가지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한다. 내년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용의 눈을 뜻하는 ‘DRAGON EYES’가 선정됐다.
김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했지만, 아무리 AI가 잘해도 인간이 마지막 점을 찍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다”라며 “AI 시대지만 가장 인간적인 역량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아 이 같은 표제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는 ‘분초사회’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교수는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이행하면서 사람들이 보고 하고 즐길 것이 많아졌다”라며 “예전엔 고객의 지갑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면, 이젠 시간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모 프롬프트’도 중요한 트렌드다.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인간의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유통업체라면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AI의 발달로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바뀌고 있어서다. 일물일가(一物一價·하나의 상품에 정해진 하나의 가격)의 법칙이 사라지는 시대, 이젠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를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경주의 골프장 루나엑스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주말 라운딩 가격이 저렴하다. 캐디와 그늘집을 없애고 로커, 샤워장 등의 부대시설을 선택 사양으로 설정해 필요하면 값을 지불하고 이용하도록 해서다.
김 교수는 “아마존의 경우 하루에 150만 번 상품 가격이 바뀐다”라며 “예전엔 가격을 하나로 정했다면, 이젠 고객이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파밍’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게이머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것을 뜻하는 파밍(Farming)을 결합한 말로, 재미를 좇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무모하고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숏폼의 시대, 기업은 소비자에게 재미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재미있는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한다.
내년에 주목할 소비층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 아빠를 의미하는 ‘요즘 남편 없던 아빠’가 꼽혔다. 권위적인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는 ‘요즘 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는 ‘없던 아빠’를 주축으로 가정과 기업, 소비의 풍경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누군가를 따라 하는 ‘디토소비’도 부상할 전망이다.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디토(Ditto)’는 ‘나도’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분초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돌봄경제’도 중요한 키워드다. 김 교수는 “내년도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파트가 돌봄경제”라며 “초개인화하는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사회에서 돌봄의 시스템화가 중요해졌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고령자를 돌보는 건 존엄을 돌보는 것이며, 아이를 돌보는 건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라며 “돌봄은 연민이 아니라 경제”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완벽을 꿈꾸는 ‘육각형 인간’, 영화나 드라마처럼 본업 외에 새로운 비즈니스나 사이드 잡을 시도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도 내년도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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