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 왔다!”, ‘따거’ 주윤발이 직접 밝힌 사망 가짜뉴스·8100억 기부, 그리고 영화 [2023 BIFF]

함상범 2023. 10. 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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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스포츠서울 |부산=함상범 기자]]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은 한국인에게 ‘따거’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1980년대 그가 출연한 영화 ‘영웅본색’이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은 어린시절 ‘영웅본색’ 속 이쑤시개를 문 모습을 따라하거나 버버리를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주윤발은 당시 인기에 힘입어 국내 한 음료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큰형님’ 주윤발이 부산에 왔다. 그는 지난 4일 포문을 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주윤발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홍콩의 아이콘인 주윤발을 소개해 더욱 뜻깊었다.

주윤발은 서툰 한국어로 “빨리빨리”라고 말하고 사진 찍기 전 포즈를 취할 때 “김치~”라고 외친 주윤발의 모습에 영화의 전당 현장에 있던 관객과 관계자들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윤발은 5일 낮 12시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와 말이 안 통해서 인사만 했다. 오래 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서로 존경한다. 내가 ‘유어 마이 히어로’(You are my hero)라고 했다. 송강호도 내게 한국어로 말을 했는데, 다만 내가 못 알아들었다”고 말해 분위기를 풀었다.

이어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게 돼 매우 신난다. 한국 팬들에 사랑을 받아서 매우 기쁘다. 부산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이틀 동안 런닝을 했는데, 사람들이 반가워해 줘서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주윤발


조직위원회는 주윤발의 수상에 앞서 그의 50년을 되짚어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웅본색’을 비롯해 ‘첩혈쌍웅’, ‘와호장룡’ 등 그를 대표하는 수많은 영화 속 명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주윤발에게도 50년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법했다.

주윤발은 “중국의 불학(佛學)에는 황상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순간만이 진짜다’라는 내용이다. 저도 그렇게 믿는다. 지금 여러분 앞에 있지만, 제가 사라지고 안 보이면 사실 그 장면도 지나가게 된다”며 “‘현재를 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매 순간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라며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했다.

앞서 지난 7월 주윤발이 사망했다는 중국발 가짜뉴스가 국내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주윤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보란듯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켰다.

주윤발은 “제가 한동안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개의치 않아했다.

최근 마라톤 취미가 생겼다는 그는 “11월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에 참여한다. 부산에서도 10km를 뛰어볼 계획이다”며 “이렇게 뛰다가 죽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죽는다면 이런 뉴스가 안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너털웃음을 떠트렸다.사람은 나이가 되면 취미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힘을 쓴다”고 말했다.

주윤발.


40년 이상 연기활동을 한 주윤발은 미담이 많은 스타기도 하다. 수년 전 8100억원을 기부한 소식은 유독 파장이 컸다. 아무리 슈퍼스타라 해도 기부금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날 주윤발은 유머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주윤발은 “내가 기부한 게 아니라 매니저인 아내가 기부한 것이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인데, 그녀가 기부했다. 난 용돈을 받고 살아간다. 그래서 얼마를 기부했는지도 모른다”며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와서,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없다. 흰 쌀밥 두 그릇만 있으면 된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나를 슈퍼스타로 보겠지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면 다 똑같은 일반인이다.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극히 일반인”이라며 겸손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1976년 영화 ‘투태’로 데뷔한 주윤발은 ‘영웅본색’(1986)과 ‘첩혈쌍웅’(1989)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0년에는 이안 감독과 손잡은 ‘와호장룡’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주윤발은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돌아보며 “많은 분이 홍콩 영화를 사랑해 주셨다.영화인으로서 홍콩 영화의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영화는 제게 다양한 지식을 안겨줬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강조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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