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통 일반인" 주윤발, 사망설→홍콩영화 부진 속시원히 밝혔다(28th BIFF) [종합]
[OSEN=부산, 김보라 기자] “저는 지금 이 순간만이 진짜라는 말을 믿는다. 살면서 후회하는 순간은 없다. 사람이 실수하지만 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홍콩배우 주윤발(68)은 5일 오후 부산 우동 KNN타워 KNN 시어터에서 진행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저는 ‘현재를 살아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매 순간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인생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전날(4일) 밤 진행된 개막식 무대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차지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아시아의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 영화배우 또는 단체에게 수여한다.
올해는 영화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대배우이자 큰 형님 주윤발이 차지했다. 이에 그는 “사람들이 ‘너는 슈퍼스타다’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에 불과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주윤발은 지난 1974년 TVB 드라마 ‘제소인연’(啼笑姻緣), 1976년 영화 ‘투태’로 매체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인기작이었던 ‘영웅본색’과 ‘와호장룡’, 그리고 신작 ‘원 모어 찬스’(2023)를 선보인다.
그는 이날 “제 대표작을 뽑으라고 한다면 ‘영웅본색’과 ‘와호장룡’은 꼭 들어간다”고 애정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신작에 대해서는 “부자지간의 정을 다룬 주제를 좋아한다. 제가 그간 안 해본 장르의 영화라 좋았다”며 “저는 (장르나 캐릭터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감독님들이 제안을 하시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하고 싶다. 당분간 촬영 일정이 없을 때는 운동선수의 생활을 하고 있겠다. 이 나이에 배우에서 운동선수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원 모어 찬스’가) 선보이게 될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 관객들의 반응이 없다면 저는 계속 운동선수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운동선수로 지내다가 성과가 없으면 또 다시 배우로 전향할 수 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주윤발은 영화가 자신의 삶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제게 많은 지식을 가져다줬다. 제가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세상을 가져다줬다. 영화가 없으면 나 주윤발도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다”고 했다.
다만 주윤발은 “제가 앞으로 50년을 더 연기한다면 더 볼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면서도 “제가 한국에 자주 와서 열심히 미용 시술을 받아야겠다. 102세까지 이 모습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된다.(웃음) 그때도 지금의 러닝속도가 나온다면 만족스러울 거 같다”고 작품 활동에 관해 털어놨다.
한편 최근 외신을 통해 주윤발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이날 주윤발은 자신의 가짜 뉴스와 관련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오히려 웃음을 안겼다.
이날 주윤발은 “제가 아픈 게 아니라 아예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떴더라.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취미를 갖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저는 향후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에 나갈 예정이다. 일단 부산에서 (오늘과 내일 중으로) 10km 정도 달릴 거다. 뛰다가 죽을지 모르겠지만.(웃음) 만약에 죽는다면 더 이상 이런 가짜 뉴스가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 온 주윤발은 K콘텐츠의 인기가 고무적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한 나라의 업계가 정체돼 있을 때 다른 나라의 업계가 이끌어간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한국영화가 크게 부상할 수 있어서 저 역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영화의 정체기에 대해서는 “중국의 검열이 많다. 영화를 만들려면 여러 부서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대본은 (중국 정부의) 검열,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홍콩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홍콩의 정신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옛날 영화까지 다 봤다고 하더라.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앞으로 어떤 소재로 영화를 다뤄야 다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1997년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지침을 따라야만 한다. 그게 중요하다 보니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펀드를 투자받는 것도 어렵다. 중국 시장은 크지만, 저희(홍콩)가 해결책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생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 장점을 “창작의 자유”라고 밝힌 그는 “그 점에 대해 높이 산다. 가끔씩 한국 작품들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고?’ 싶더라. 저 역시 보면서 좋다. 자유가 있다는 게 창작을 하는 데 중요한 거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주윤발은 홍콩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끌며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이다. 액션영화뿐만 아니라 멜로, 코믹, 전통 사극 등 한계 없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줘 아시아 최고의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주윤발은 “제가 요즘 마라톤을 한다. 이제 저는 영화인이 아니라 마라토너다.(웃음) 제 인생의 첫 번째 시기인 60년은 지났다. 두 번째 60년은 마라토너로서 살려고 한다. 과거에 배우였고 이제는 마라토너다. 마라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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