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공시는 ‘살라미 전술’로, 근로시간 개편 발표는 ‘뒤’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0월1일부터 노동행정 종합 정보망인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이 개통됐다”며 “공시를 희망하는 노조나 산하조직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11월30일까지 2022년도 결산결과를 등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5일에도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10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정부는 애초 내년 1월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재입법예고를 거쳐 제도 시행 시기를 3개월 앞당겼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공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꼭 한 달 만에 브리핑을 다시 열었다. 노조 회계가 정부에 유리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여론몰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 3월 입법예고 뒤 ‘주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보완방안 발표는 계속 늦추고 있다. 노동부가 사안별로 유불리를 따진 뒤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0월분 조합비부터는 노조(산하조직)와 그 상급단체가 모두 결산결과를 공시해야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현대차지부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3곳이 모두 공시를 해야 한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노동부가 현장 조합원과 상급단체를 분열시키는 이간계를 쓴다고 비판한다. “연좌제”라는 반발도 나온다.
노동부에 따르면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및 산하조직 637곳 중 한국노총 가맹 노조·산하조직은 303곳, 민주노총 가맹 노조·산하조직은 249곳이다.
양대노총은 이 장관이 지난달 5일 보도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이날 브리핑에서 거듭 발표한 것은 노동계 압박용이라고 본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 연계는 3개월이나 앞당겨 시행하면서도 지난달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던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 및 보완방안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9251527001#c2b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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