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닥 쳤다” 미국 마이크론 ‘깜짝’ 발표…삼성·SK 향한 기대감 상승 [비즈360]

2023. 10. 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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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론 건물[그래픽=김지헌 기자, 로이터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이 발표되며, 반도체 업계에선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메모리 업계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AI 붐’에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마이크론이 참전하기로 선언하면서, 내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 가능성도 대두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이크론은 2023년 4분기(6~8월)에 매출액 40억1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1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는 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이번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업황은 바닥을 지났고,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한 데다 산업 전반 공급 감소가 수익성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D램 거래 가격이 지난 9월에 하락세를 멈추고 6개월 만에 보합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메모리 한파가 서서히 걷히고 반등세에 접어들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같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D램 가격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내린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 동향과 관련해 “PC 제조 업체들이 7∼8월에 가격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하면서 9월에는 가격이 보합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재고 조정도 일단락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관측했다.

올해 4분기에는 D램 제품 가격이 DDR4는 전 분기 대비 0∼5%, DDR5는 3∼8% 상승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전망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9월 고정 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3월과 4월에 각각 5.12%, 2.93% 내린 이후 5개월 연속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실적을 발표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최악 국면을 벗어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적자 폭을 이전보다 소폭 축소하며 이르면 4분기부터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유력하게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1일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그래픽처리정치(GPU) 기업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칩 초호황의 수혜를 바탕으로 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부터 수억 달러 수준 HBM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 예고하며 2025년엔 이 덕에 전체 메모리 시장규모(TAM)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제품인 ‘HBM3E’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HBM3E는 차세대 HBM 제품으로, AI용 반도체의 필수 부품으로 부상 중이다.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현존 최신 제품은 HBM3인데, 풀 HD 화질 영화 163편을 불과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수준(초당 819GB)이며, 차세대인 HBM3E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HBM3E 제품 출시에 대한 고객의 관심과 호응이 뜨겁다”며 “성능, 전력, 용량, 기능 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이라고도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감산 여파에 시설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HBM3E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회계연도 2024년의 후공정 분야 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뒷받침도 마이크론에게 힘이 되고 있다. 마니시 바티아 마이크론 수석부사장은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지원금은 HBM 연구개발과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에 최대 1920억 엔(약 1조 7502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마이크론이 향후 일본에 쏟아부을 전체 투자액 5000억 엔의 40% 수준에 달한다.

업계는 마이크론의 진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양분해온 시장이 재편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49%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머지 시장을 마이크론이 가져갔다.

아직 한국 업체들이 시장 경쟁에서 앞선 만큼,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진출을 하더라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적인 HBM 시장 진출로 관련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커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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