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것 두렵지 않아"..'스크린 영웅' 주윤발의 데뷔 50년[종합] [28회 BIFF]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가 "내 스크린 영웅"이라고 표현한 중국어권 스타 주윤발이 부산에 상륙했다. 그는 지난 데뷔 50년을 돌아보며 "나이가 드는 것은 두렵지 않다. 현재가 중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5일 부산시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주윤발은 홍콩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이다. 액션영화뿐 아니라 멜로드라마, 코미디, 사극 등 한계 없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고의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6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주윤발 배우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드릴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주윤발은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게 돼 신나고, 한국 팬들의 사랑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선 부산은 굉장히 아름답고, 제가 아침에 이틀 연속 러닝하러 나갔다. 사람들이 저를 반가워해서 기분이 좋다. 음식도 굉장히 잘 맞는다. 이따가 낙지 먹으러 갈 것"이라고 소소한 일상을 밝혔다.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서는 "작품마다 애정이 크다. '영웅본색'은 방송국을 떠나서 만난 첫 작품이기 때문에 임팩트가 크다. 사실 영화는 짧은데, 그 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지 않나. 대표작은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1980년대에 한국에서 촬영을 했는데 매일 갈비탕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인지 한국과 잘 맞는 느낌"이라고 웃으며 "다만, 한국이 추웠다는 점은 적응이 안 됐고, 우리 집에 한국의 옛날 장롱이 많다. 한국 문화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한 지역에서 업계가 정체기에 머물러 있을 때 다른 지역이 더 먼 곳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계가 크게 주목받을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의 강점은 창작의 자유다. 소재도 넓고 가끔 보면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고?'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1980년대 홍콩 영화를 많이 보셨던 분들이 그때 영화를 정말 좋아해주셨다. 하지만 1979년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하는 지침에 따라야 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 자금이나 펀드 투자 받는 것도 어렵다. 지금 중국 시장은 굉장히 크다. 우린 해결책을 찾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영화에 대한 위기에 대한 질문에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엣날 영화까지 봤다고 한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들이 직면한 문제다. 홍콩 업계에서도 어떤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건강이상설'에 대해서는 "와병설이 아닌 죽었다는 가짜뉴스가 돌았다"고 호쾌하게 웃었다. 그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니까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중요한 게 취미를 찾고, 건강을 챙기는 거다. 저는 이후 홍콩에 돌아가서 하프 마라톤을 뛸 거다. 내일도 부산에서 10km를 뛰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나는 이제 영화인이 아니라 러너다. 지난 60년은 영화인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러닝에 집중하고 있다. 마라톤이 내 새로운 삶"이라며 "앞으로 하게 될 영화나 역할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어떤 역할이든 도전하고 싶다. 당분간 촬영 일정이 없다면 운동 선수의 생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벗어난다면 똑같은 일반인.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저를 스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한 질문에 "제가 아니라 아내가 기부한 것"이라며 "제가 힘들게 번 돈이었다. 저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이어 "저는 용돈을 받고 살고 있다. 아내가 정확히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아침은 안 먹고 흰쌀밥 두 그릇이면 된다. 당뇨가 있어서 한 그릇만 먹기도 한다. 최근에 카메라 렌즈에 많은 돈을 썼지만 비싸봤자다. 중고다"라고 유쾌하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주윤발은 "나는 영화를 통해 많은 지식을 배웠고, 저한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세상을 가져다줬다. 한 영화를 찍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그 매 역할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저한테도 많은 배움을 가져다줬고,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이 없다고 보시면 된다"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법이다. 저는 늙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무서울 것이 없다. 이게 인생이다. 죽음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2023)를 비롯해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 등 3편의 영화를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다.
부산=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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