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제] 주윤발 "한국 영화의 장점은 자율성, 홍콩 영화는 지금 중국의 엄청난 검열 받는 중"

김경희 2023. 10. 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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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주윤발과의 기자간담회가 부산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영웅본색'(1986), '가을날의 동화'(1987),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우리들의 영원한 ‘큰 형님’ 주윤발이다.

주윤발은 홍콩 영화 최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쩍인 장르로 만든 주역으로 액션 뿐 아니라 멜로, 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1976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주윤발은 "중국에서 인생에는 두 개의 갑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한 갑자는 60세이고, 그렇게 치면 저는 한 갑자가 지나고 새로운 갑자로 이제 7살이다. 잘 부탁드린다"라며 인사를 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50년 만에 큰 상을 받아 신나고 한국에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아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이 너무 아름답더라. 아침마다 조깅을 했는데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좋았다. 이따 낙지를 먹으러 갈 것"이라며 한국 방문에 대해 이야기 한 주윤발은 "아침에 사진도 찍었는데 하늘이 너무 이쁘더라"며 한국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칭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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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병상에 있다는 가짜뉴스에 한차례 시달렸던 주윤발은 "아픈게 아니라 아예 죽었다는 가짜뉴스가 떴었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취미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 저는 11월에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을 뛸 것이다. 뛰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라며 너스레를 떨며 정정한 건강을 자랑했다.

대표작 '영웅본색'의 한국에서의 열풍에 대해 주윤발은 "작품마다의 애정은 다 다르지만 '영웅본색'은 더 각별하다. 영화는 2시간으로 짧아서 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드라마는 100회도 찍는데 그에 비하면 영화의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하며 '와호장룡' '첩혈쌍웅' '영웅본색'을 자신의 대표작 3개로 꼽았다.

어제 있었던 영화제 개막식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주윤발의 과거 작품들이 한참이나 상영되었다. 주윤발은 "불교에서는 모든게 환상이라고 한다. 모든게 순간이고 환상이라 생각하기에 현재에 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매 순간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는 말을 하며 어제 있었던 화려했던 순간보다는 지금 당장의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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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한국 사람을 닮아서 일까요?"라고 반문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며 한국에서 얼마간 촬영 스태프로 일한 적이 있었다고 하며 "매일 갈비탕에 김치를 말아 먹었다. 한국이 너무 추운 것이 적응이 안되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한국식 장농도 있다."라며 한국과 관련된 오래된 추억과 경험이 있음을 알렸다. "남대문에서 번데기도 팔았는데 따뜻한게 너무 맛있었다."며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요리도 잘 한다는 주윤발은 "지금 당장 앞에 가스레인지가 있다면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농담을 했다.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했던 주윤발은 "한 지역과 한 업계가 정체되어 있다면 다른 지역이 그걸 이어 더 멀리까지 끌고 가는게 의미있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크게 부상할수 있는 건 고무적"이라며 지금의 한국영화의 전성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며 "한국 영화의 매력은 자유도에 있다. 굉장한 상상력을 펼치더라"라며 한국 콘텐츠의 장점을 꼽았다.

그러며 현재의 홍콩 영화의 현실에 대해서는 "홍콩은 중국의 검열이 많아서 영화를 만들려면 여러 부서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무래도 검열의 제한이 많아 홍콩 감독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홍콩의 정신이 살아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우리의 목표다. 예전 홍콩 영화를 좋아했던 분들이 1997년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리 정부가 하는 지침을 따라야 했다. 이건 홍콩 영화에서 너무 중요한 문제다. 어떤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는 중국의 심한 검열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주윤발은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옛날 영화를 봤다더라.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위기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건 모든 영화인들의 고민"이라는 말을 하며 지금 한국 영화계의 위기 상황에 대해 공감한다고 했다.

어제 개막식에서 한국 영화계의 대표로 송강호가 호스트로 영화 배우들을 맞이 했다. 송강호와 특별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냐는 질문에 주윤발은 "송강호가 한국말을 했는데 못알아 들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배우로서 너무 존경했다. 'you are my hero'라고 송강호에게 영어로 이야기 했는데 송강호가 또 한국말로 답해줘서 그것도 못 알아 들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국내에서 신작을 공개 예정인 주윤발은 "장르 영화를 안 한지 꽤 오래되서 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부자지간의 정을 다루는 영화다."라고 신작 소개를 했다. 또한 앞으로의 작품에 대해서는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감독이 주는 역할이라면 뭐든지 할 것. 당분간 촬영 일정이 없을때는 마라토너로서 열심이 체력 관리를 할 예정"이라며 "제 인생의 첫번째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토너로 지내려 한다. 이게 저의 새로운 인생이다"는 말로 마라톤에 진심임을 알렸다.

평소 기부도 많이 하고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알려진 주윤발은 "제가 기부한게 아니라 아내가 한 것. 저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힘들게 번 돈인데 이제 용돈을 받고 살고 있다. 얼마를 기부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 그런데 세상에 올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에 갈때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흰쌀밥 두 그릇이면 됐다. 아침은 안 먹기에 점심과 저녁 두그릇이면 된다. 근데 요즘 당뇨라 가끔 저녁도 못 먹으니 하루에 쌀밥 한 그릇만 먹을때도 있다."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을 유쾌하게 밝혔다.

그러며 "카메라 렌즈에 가장 돈을 많이 쓴다. 그런데 그것도 중고라 큰 플렉스는 안된다."라며 검소한 와중 유일하게 플렉스하는 분야는 카메라 렌즈라는 이야기를 했다.

주윤발은 어려서 바로 영화계에 데뷔해 배움이 짧았다는 말을 하며 "저에게 영화는 많은 지식을 가져다 줬다. 공부를 많이 못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어떤 것도 비교 할수 없을 정도로 큰 세상을 영화를 통해 만났다. 짧은 2시간동안 한 인물의 인생을 연기해야 한다는 건 저에게 많은 걸 배우게 했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며 '영화 = 주윤발'이라며 자신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반드시 있는 법. 주름 생기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늙어가는게 무섭지 않다. 오히려 무서울 게 없다. 이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라며 배우로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주윤발은 삶의 대부분의 철학을 불교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매번 유쾌한 위트를 잊지 않고 덧붙이는 매너를 선보였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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