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6기, 그토록 뜨거웠던 이유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SBS PLUS·ENA '나는 솔로' 16기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나는 솔로' 16기는 방송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던 역대급 기수였다. 계속해서 시청률이 상승하며 6%의 벽까지 뚫어냈고, 최종 선택 이후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24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다. 평균적으로 5~6만 명대의 시청자가 참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솔로' 16기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이번 기수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출연자들이 모인 '돌싱' 특집으로 꾸며졌다. 지난해 8월 방송된 첫 돌싱 특집 10기가 많은 유행어를 낳고 패러디 열풍이 부는 등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이번 16기 역시 기대를 받은 채로 시작했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적극적인 표현으로 직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나오며 러브라인이 어떻게 형성될지 궁금증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 기수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건 영철-정숙, 영식-현숙 등의 러브라인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출연자들간의 러브스토리는 조금씩 비중이 줄어들었다.
연애 프로에서 연애 이야기가 줄어든 이유는 출연자들이 보여준 다양한 인간 군상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으로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 선입견을 가지게 된 출연자, 출연자들 사이를 넘겨짚어 제멋대로 사실과 다른 여론을 조성하는 출연자, 이런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려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출연자 등 매 에피소드마다 소위 말하는 '빌런'이 등장했다.
특히 '나는 솔로'의 출연자들은 방송을 주업으로 삼는 연예인이 아니다. 방송과 거리가 멀지만, 사랑을 찾기 위해 프로그램을 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방송이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시 말하면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고 누군가는 이미 저런 사람을 겪어 봤을 수도 있다. 혹은, 내가 바로 저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자성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TV안 화면을 통해 진행되는 사건들이지만, 자신과도 가깝게 느껴지다 보니 시청자들이 TV 앞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16기가 단순한 '빌런 대잔치'였기 때문에 사랑을 받은 건 아니다. 시청자들이 답답해할 때쯤, 시원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출연자들도 존재했다. 모두가 왜곡된 여론에 휘말리며 자신의 판단마저도 변경하려 할 때,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직접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한 영식, 정숙이나 자신의 생각을 곡해해서 퍼뜨린 사람들에게 똑 부러지게 사과를 요구한 옥순 등이 대표적이다. 끝없는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물론, 16기 안에서도 사랑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갈등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미국에서 넘어온 상철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며 영숙, 영자에게 확답을 요구한다. 상철과 방송 초반부터 감정을 쌓아온 영숙은 여자로서의 자신과 엄마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고민하며 결국 선택을 포기한다. 영철과 정숙은 첫인상부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지만, 장거리와 아이 양육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깊은 고민을 거쳐 서로를 선택한다. 처음부터 묵묵히 자신을 바라봐 준 영식과 새로운 매력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영호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숙의 모습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거나 주변에서 들었던 모습이다. 다양한 인간관계 속 감정의 소용돌이에 다소 묻힌 감이 있지만, 16기가 보여준 사랑의 서사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그 끝은 결국 '현커 제로' 였다. 최종 선택에서는 영철과 정숙, 영식과 현숙이 서로를 선택하며 총 두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두 커플은 모두 헤어졌음이 밝혀졌다. 영식은 "현숙과 3개월 정도 만났지만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서로 각자의 삶을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영철 역시 "촬영을 마치고 대구로 날아가 늦게까지 서로 해야할 이야기를 나누고 커플이 됐다. 그리고 서로의 상황에 부딪히게 됐고 3주 전쯤 아름답게 이별했다"고 밝혔다. 역대급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추석 연휴마저 집어삼킨 '나는 솔로' 16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관점에 따라 이해할 수도, 용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용납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기수는 많은 화제성만큼이나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이 거센 회차였다. 그로 인해 출연자들이 줄줄이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히려 그들이 그만큼 가식없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임했고, '나는 솔로' 역시 이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그 감정을 온전히 전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반의 도시 안동에서 휘몰아친 거센 감정의 소용돌이는 이제 잠잠해졌다. '나는 솔로'가 다음으로 향할 도시는 거창이다. 전례없이 뜨거웠던 16기의 열기를 17기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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