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동 지방간 급증… 가공식품 · 정크푸드 탓

어린이 10명 중 1명은 발병
호르몬 변화·영양불균형 심각

음주 또는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지방간을 앓는 미국 어린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함께 가공식품 및 정크푸드(고열량·저영양 식품)가 아동 지방간 발병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4일 워싱턴포스트(WP)는 간 건강 전문지 크리티컬 리버 디지즈(Clinical Liver Disease) 저널에 따르면 미국 전체 어린이 10명 중 1명이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로, 지방간을 앓고 있는 어린이 대다수의 지방 비율이 30~40%, 높게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해독 능력이 떨어져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실제 어린이를 포함한 17세 이하의 지방간 발병률은 전 연령층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석기업 트릴리언 헬스가 보험금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 연령층의 지방간 환자는 2017년 대비 168.3% 폭증했다. 같은 기간 18~44세가 67.8%, 45~64세가 41.3%, 65세 이상이 28.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최대 6배가량 가파른 증가세다. 남아 환자가 여아보다 2배 많았고 멕시코계와 아시아 빈곤국 출신 어린이들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동 지방간 증가 원인으로 비만과 가공식품 및 정크푸드 섭취 등을 꼽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대의 연구 결과 소아 비만율이 가장 높은 남동부 지역 어린이들의 지방간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의 섭취가 늘고 있는 가공식품과 정크푸드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영향 불균형이 아동 지방간을 유발하고 있다고 소아과 의사들은 입을 모았다. 아동 영양 및 비만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는 로스앤젤레스대의 마이클 고란 소아과 교수는 “과도한 설탕의 섭취로 포도당이 지방세포로 변환돼 간에 쌓이면서 소아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산모의 비만과 정크푸드 섭취 등도 태아의 지방간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