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일각 “사우디는 독재국”…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중재 바이든의 험난한 앞길
“사우디, 미국 이익 훼손…인권 문제 일으켜”
카슈끄지 사망 5주기 추모도 바이든엔 부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수립 중재에 대해 미 민주당 일각에서 4일(현지시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사우디를 ‘독재국’으로 칭하며 인권 문제 해결 없인 바이든 대통령 계획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2018년 10월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5주기를 맞아 부는 추모 분위기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민주당 상원의원 20명은 이날 백악관에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추진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주도한 서한에서 이들은 “사우디와 구속력 있는 방위 조약이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사우디와 한·미 또는 미·일 수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을 외교 치적으로 삼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우군인 여당에서조차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셈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안보 조약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 동맹에만 적용됐다”며 “사우디는 계속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독재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때마침 미국에선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사망 5주기를 맞아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는데, 미국 정부는 당시 사우디 왕정을 비판한 카슈끄지 입을 막기 위해 빈살만 왕세자가 암살을 기획했다고 결론 내렸다.
카슈끄지 기고문을 실어 왔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카슈끄지 지지자들은 전 세계가 사우디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탄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을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리야드(사우디 수도)와의 거래를 위해 이 문제를 덮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빈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 덕분에 더욱더 강해졌다”고 비꼬았다.
나아가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날 미국 정부 기대와 달리 연말까지 자발적인 원유 감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시행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이 조처가 원유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러시아도 같은 날 하루 3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앙숙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다고 해도, 의회에서 험난한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고, NYT 또한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 계획에 얼마나 회의적인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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