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배터리, 도요타 뚫었다

박한나 2023. 10. 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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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 롱셀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생산공장 현황.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인 일본 도요타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합작공장을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의 단일 수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은 공급망을 자국 기업 위주로 꾸리는 경향이 짙은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품질과 기술력을 증명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하는 연 20GWh 규모의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파우치형 배터리 모듈을 도요타에 공급한다고 5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와 배터리 공급 협력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 371조원,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를 달성한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다. 북미에서도 GM에 이어 자동차 판매 대수 2위를 기록하는 등 영향력이 높다.

◇미시간 공장에 4조원 투자…도요타 단독 라인 구축=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 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시간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40GWh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기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시간 공장의 현지 경험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마더 팩토리로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은 도요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돼 신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30종의 차량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만9000여건의 특허를 기반으로 한 기술력과 양산 능력에 도요타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과 연간 1000만대 이상의 자동차 제조 노하우를 앞세운 혁신적인 배터리로 북미 전기차 시장 전환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까다로운 일본 기업, 수주 뚫어"=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혼다에 이어 도요타와의 계약을 성사한 것을 두고 'K-배터리'의 경쟁력을 인정 받은 또 하나의 성공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배터리 산업 종주국인 일본은 핵심 부품 공급망을 자국 기업 위주로 꾸리는 경향이 있으며, 여기에 일본 기업 특유의 '장인 정신'이 담긴 보수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특히 까다로운 기술 기준을 내세우고 품질과 제품 안전성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글로벌 1위 도요타가 일본 배터리 업체가 아닌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배터리의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톱5 완성차회사인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현대차, GM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 2개의 단독 공장과 6개의 합작 공장을 운영·건설하며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누적 수주잔고는 440조원에 이른다.

데츠오 오가와 도요타 자동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제조와 제품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높은 안전성과 성능, 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세계 1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 토요타와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협력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커다란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미 생산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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