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다음 중국축구응원이 국기문란이라고? 음모론적 망상"
"정치적 실패 원인 바깥의 허구로 돌려, 중국 혐오…나치의 출발"
민주당 정의당 "포털 검열통제, 길들이기" 국민의힘 "여론조작이 선거조작 길 열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응원에 중국응원이 90% 이상으로 나타난 점을 두고 여론조작, 국기문란이라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비판이 포털 길들이기, 음모론적 망상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두고 “포털에서의 여론조작은 다른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유권자인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잘못된 선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범죄”라며 “여론조작 세력은 반드시 발본색원해 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같은 날짜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포털에서의 여론조작은 유권자인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잘못된 선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한 김기현 대표 발언을 두고 “도대체 축구 경기를 조작해서 누가 무슨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별 것 아닌 일을 국가를 부정하는 뻥튀기는 것을 보니 집권여당의 정신상태가 걱정 된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 음모론적 망상은 자신들의 정치적 실패의 원인을 바깥의 허구적 대상으로 돌림으로써 자기 반성과 쇄신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바탕에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깔려 있다”며 “특정 인구 집단이 자신들을 해칠 거라는 망상에서 나온 편견과 혐오 그것이 나치의 출발점이었다는 경고를 해둔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비판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4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송장악에 이어 포털 장악에 나선 국민의힘”이라며 “정부 비판은 가짜뉴스고, 비판 세력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온 정부 여당이 비판과 응원도 구분 못하면서 스포츠를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사람의 참여 재미를 위한 서비스를 차이나게이트로 몰아가는 것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같은 뉴스의 댓글을 보면서 네이버와 다음이 다른 것을 안다”며 “네이버는 오로지 '윤석열 잘한다'로 도배가 되고, 다음은 '윤석열 비판' 댓글을 많이 봐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정부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다음 댓글은 하루만에 사라지게 만들고 네이버 댓글은 계속 볼 수 있다”며 “네이버 댓글을 장악한 국민의힘이 이제는 눈엣가시인 다음을 점령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땡윤 뉴스 만들기에 혈안이 된 국민의힘이 포털뉴스마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검열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TV 앞에서 열심히 한국팀을 응원했는데, 국민의힘은 댓글창만 주시했나보다”라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상무집행위원회 서면발언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방위적 언론장악에 나선 정부여당이 하다하다 이젠 아시안게임 핑계로 포털 길들이기까지 시도하고 나섰다”며 “민생경제는 내팽개친 정부여당이 일개 포털의 인터넷 응원까지 신경쓰고 있었다니 그 한가함이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여론조작', '가짜뉴스'라 목소리를 높이고, 국무총리가 나서서 '범부처TF' 구성까지 지시한 것을 두고 배 원내대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공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검은 속내가 참으로 빤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포털사이트를 '조작의 숙주'로 지목하여 길들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 원내대표는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면 해당 포털 사이트 차원에서 네티즌들에게 사과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뜬금없이 정부가 나서 경거망동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응원 조작만큼이나 어설픈 포털 길들이기를 멈추라”며 “그 발상이 바로 공산당의 여론통제”라고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법률까지 만들겠다면서 여론조작이야말로 표현의자유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한중전 당시 다음에서 벌어진 응원 조작은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해외세력의 국내 여론조작 가능성을 수면위로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러한 조작을 실제로 해외 세력이 행했다면 우리 국민의 자부심에 대한 조롱과 모욕임에 틀림없다”며 “드루킹 사건 비롯해 수차례 매크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순한 여론조작에 무방비에 있다는 것은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응원조작이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선거조작의 길도 열릴 수 있다”며 “국내 반민주 세력은 물론, 해외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우리 인터넷 공론장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도 우리의 주권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의 배후가 철저히 밝혀져야 함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뉴스포털 온라인 플랫폼 SNS 등 선거 여론 조작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적 방지책을 강구하고, 댓글 국적 표기법등 관련법안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하지만, 댓글 등을 통한 여론조작이야 말로 표현의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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