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실효성 제고?…“여전히 유명무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유사·동종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교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당하면 노동위원회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시정요구 건수가 미미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5일 고용노동부·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7년 7월 차별시정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있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시정요구 건수는 총 4176건으로 연 평균 269건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2007년(786건), 2008년(1325건), 2018년(334건) 등이 다른 연도에 비해 이례적으로 접수 건수가 많은 것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노동자들이 개별 접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07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한국도로공사 기간제 노동자 596명, 2008년 한국철도공사의 매표·수송·차량검수 등 기간제 노동자 1194명이 접수를 했다. 2007년, 2008년, 2018년을 제외하면 연평균 접수 건수는 133건으로 낮아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차별이 여전한데도 구제신청이 저조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 신청을 한 뒤 사용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리해 신청하는 방안을 도입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교 대상이 되는 정규직(업무의 동종·유사성)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차별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도 신청이 저조한 이유다. 노동위원회는 2007년 도로공사 기간제 요금수납원들이 차별시정 신청을 했을 때도 “비교 대상 노동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접수된 건수 중 시정명령이 내려진 비율은 12%가량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부는 “비정규직을 인위적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은 변화하는 노동시장 수요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비교 대상 노동자 범위 확대 등을 통한 차별시정제도 실효성 제고를 노동시장 양극화 대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사용자들이 사업장 내 비교 대상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없애거나 특정 업무를 사업장 밖으로 외주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별시정제도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윤건영 의원은 “유명무실화된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제고도 필요하지만 노동계 지적처럼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 양극화 핵심 원인은 원·하청 격차이지만 하청 노동자는 차별시정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향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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