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104)“민속주 안동소주 33년만의 신제품, 물타지 않은 25도 술, 곧 나옵니다.”

박순욱 선임기자 2023. 10.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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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옥화 여사가 만든 ‘민속주 안동소주’ 2대 김연박 대표
1990년부터 45도 단일제품 안동소주만 생산, “진짜배기 안동소주” 평가받아
3대 김윤근 본부장이 민속주 안동소주 현대화에 앞장서, 25도 제품 개발 이끌어
기존 45도 제품에 이어 25도 제품 역시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을 병입
25도 제품 시음자들 “물타지 않아,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단맛 느껴져”
민속주 안동소주는 김연박 식품명인(대표), 배경화 무형문화재, 두 사람이 같이 만든다. 창업자인 고 조옥화 여사로부터 각각 식품명인, 무형문화재 타이틀을 물려받았다. 특히, 배경화 문화재는 32년간 전수교육조교를 맡아 안동소주 제조법을 익혔다. /박순욱 기자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미출시)에는 안동소주의 개성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술 한모금을, 목 안으로 머금은 뒤 마지막에 안동소주 특유의 흙향과 풀향이 살짝 치고 올라오는데, ‘그래 이게 안동소주지’라고 생각했다. 평소 자기 주장 센 민속주 안동소주가 낯선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새로 터득한 느낌이다.”(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시음자1)

“물을 희석하여 도수를 맞춘 것이 아닌 증류원액 25도라니, 신기했다. 매우 부드럽고, 끝에는 군고구마 껍질의 탄 부분에서 느껴지는 고소하고 달달한 맛의 여운이 남는다.”(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시음자2)

“싱거운 느낌이 없고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소주가 탄생했다.”(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시음자3)

지난 9월 16일 서울 강남의 한 전통주샵에서는 지방의 한 전통주 양조장이 기획한 시음회가 열렸다. 여기저기서 흔하게 열리는게 시음회 행사이지만, 이날 행사는 의미가 남달랐다. 시음회 행사 제목은 ‘민속주 안동소주 신제품 시음회’였다. 경북 안동에는 안동소주 이름을 내건 양조장만 6~7곳이나 된다. 그 중 한곳에서 여는 신제품 시음회가 뭐 대단한 행사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주관한 양조장이 민속주 안동소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면 1990년부터 민속주 안동소주를 생산, 판매해왔지만, 알코올 도수 45도 한 제품만 만들어왔기 때문에 최근까지 30여년동안 신제품 출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3년여만에 처음으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사전 시음회 행사를 열었다는 얘기다.

고 조옥화 여사에 이어 민속주 안동소주 대표를 맡고 있는 2대 김연박 대표. 식품명인 타이틀을 물려받았다. /박순욱 기자

민속주 안동소주가 어떤 술인가? 2020년 별세한 조옥화 여사가 안동소주 제조법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복원, 1990년 대한민국 최초로 대중에게 선보인 술이 민속주 안동소주다. 술 개발자 이름을 따서 ‘조옥화 안동소주’라고도 불리는 이 술은 안동소주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술이기도 하다.

경북지역 가양주였던 안동소주가 국가문화유산(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술시장 문호가 해외 술에도 활짝 열리면서 정부가 ‘전통주 발굴사업’의 일환으로 안동소주, 문배술, 이강주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안동소주 브랜드를 내건 술이 현재 여럿 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정통성이 있는 안동소주는 단연 ‘민속주 안동소주’라고 할 수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문화재청 지정 무형문화재인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식품명인’ 지정도 받았다. 그래서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두가지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안동소주가 민속주 조옥화 안동소주다. 실제로 안동에서는 ‘민속주 안동소주’를 ‘진짜배기 안동소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작고한 조옥화 여사가 갖고 있던 안동소주 관련 두가지 타이틀(무형문화재, 식품명인)은 현재 2대 김연박(조옥화 여사 아들)-배경화 부부에게 고스란히 전수돼 있다. 아들 김연박 대표가 대한민국 식품명인을, 며느리 배경화 여사가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타이틀을 갖고, 부부가 민속주 안동소주를 같이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조옥화 여사의 친손자인 3대 김윤근 본부장(김연박 대표 아들)이 전수장학생으로 지정돼,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민속주 안동소주의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본부장은 최근 전통주 홍보 플랫폼업체인 대동여주도와 공동으로 2년 숙성 안동소주를 기존 도자기병 대신 병 제품으로 내놓아, 조기에 매진시키는 등 민속주 안동소주 소비층의 연령대를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 조옥화 무형문화재-식품명인이 세상에 내놓은 '민속주 안동소주'를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2대 김연박-배경화 부부. 그 옆이 3대 김윤근 본부장.

민속주 안동소주가 여느 안동소주와 다른 점은 하나 더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를 제외한 모든 양조장들이 다양한 알코올 도수의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재 민속주 안동소주는 알코올 도수 45도 단일제품만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직접 만든 누룩을 발효제로, 지역 쌀과 물로 빚은 술덧(발효주인 탁주)을 상압식 증류해,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을 병입하고 있는 유일한 안동소주가 민속주 안동소주다.

여러 도수의 안동소주를 만드는 양조장들은 50도 안팎의 증류원액에 물을 일부 타서 40도, 25도,19도 안동소주까지 만드는 반면, 민속주 안동소주는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으로 만든 45도 안동소주 단일제품만 내놓고 있는데, 이같은 전통은 1990년 조옥화 여사가 민속주 안동소주를 상업생산할 때부터 고수해왔던 것이다. 1990년부터 현재의 2023년까지 무려 33년간 45도 한 제품만 만들어온 것이다. 민속주 안동소주 김연박 대표는 “현재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을 안동소주로 판매하고 있는 안동소주는 우리 민속주 안동소주뿐”이라며 “물을 타지 않은 이유는 오랜 세월 내려온 안동소주 제조법이 그렇기(물을 타지 않는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맛과 숙취가 없는 것이 민속주 안동소주의 특징이라고 김연박 대표는 말한다.

사실 양조장 입장에선 물을 어느 정도 첨가하면 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물을 타면 쓴맛, 물맛이 날 수 있어 고급 증류주일수록 물을 타지 않는다. 이는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고급 위스키 중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란 표기가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는 알코올 도수가 50~60로 높은 위스키 원액을 물로 희석하지 않고 바로 병에 담았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위스키는 병에 담기 전 물로 희석해서 알코올 도수를 40~43도로 낮춘다.

민속주 안동소주의 차별화 포인트는 ‘45도 증류원액 사용(물타지 않는다)’뿐이 아니다. 전통 누룩 소재인 밀을 통밀 상태로 분쇄해, 20일간 발효시킨 자가누룩을 사용하는 양조장 역시, 민속주 안동소주 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누룩 제조에 20일, 그리고 술덧(증류 전인 발효주 상태) 제조에 또 20일을 보내 총 40일 이후에 증류를 거친다. 증류원액에 물타지 않는다고 해서 증류 직후 곧바로 제품화(병입)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6개월, 평균 1년 정도 스테인레스 숙성탱크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 병입해서, 시중에 내보낸다.

민속주 안동소주 김연박 대표(식품명인)-배경화 무형문화재 부부가 밀누룩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자가누룩만 사용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민속주 안동소주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증류원액 제품’은 그러나, 한편으론 외연확대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알코올 도수 45도 단일제품만으로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점점 도수 낮은 술을 찾는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사실, 45도 소주는 증류주 중에서도 도수가 높은 편이다. 가령, 증류식소주의 절대강자 화요를 예로 들면,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17도 제품부터 시작해, 25도, 41도, 53도 제품까지 다양하다. 술이 센 소비자라면, 독한 술을 선호하겠지만, 도수 높은 술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은가? 그러니, 도수가 다른 제품을 여럿 만들어 소비자층을 넓게 공략하는 게 상식적인 영업전략이다.

그러나, 그동안 민속주 안동소주는 고집(?)을 피웠다. 안동소주의 전통적 제조법에 따라 ‘증류원액 45도 소주’를 고수해온 탓에 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MZ층을 ‘민속주 안동소주 팬덤’으로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안동소주 생산업체 중 안동소주의 정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는 매출실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45도 안동소주 단일제품’을 30년 이상 고수해온 민속주 안동소주에 변화를 가져온 주역은 조옥화 여사의 친손자인 3대 김윤근 본부장이다. 김본부장은 부모님(김연박 명인-배경화 무형문화재)을 설득,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을 개발, 국세청으로부터 최근 제조면허 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을 고수해온 민속주 안동소주가 알코올 도수 45도 제품이 아닌 25도 제품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상식적으로 보면 알코올 도수 45도를 25도로 낮추려면 부득이 비슷한 정도의 물을 첨가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민속주 안동소주는 이번(25도 안동소주)에도 ‘물타지 않은 증류원액’을 고수했다. 김연박 대표는 “증류과정 후반부에 나오는 원액은 알코올 도수가 5도 밑까지도 떨어지는데, 이처럼 도수 낮은 원액까지 합치면 물을 타지 않고도 ‘증류원액 25도’를 맞출 수 있다”며 “증류원액 고수는 민속주 안동소주만의 자랑인데, 도수 낮은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이 원칙을 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증류원액 25도’는 부연설명이 꼭 필요한 대목이다. 술 증류란 알코올 끓는 점과 물의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해 알코올을 분리하는 것이다.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 반면, 술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순수 알코올(에탄올)은 78.3도씨에서 끓는다. 그래서 증류를 하면 먼저 끓는 알코올이 먼저 나오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물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처음에는 70도를 넘었다가 점점 낮아져 5도 정도로까지 낮아진다. 그래서 양조장에서는 몸에 해로운 메탄올이 나올 우려가 있는 초류(증류 초기에 나오는 원액)는 버리고, 알코올 도수가 20~30도 밑으로 떨어지기 전의 본류(증류 중간에 나오는 원액으로, 증류주는 이걸로 만든다)만 사용한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후류(증류 후반에 나오는 도수 낮은 원액으로,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대개 재증류에 사용한다)는 대개 곧바로 술을 만드는데 사용하지 않고 재증류를 거친다.

그래서 도수 높은 원액을 만들 경우에는 후류를 미리 끊어 평균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걸 막는다. 또 반대로, 도수 낮은 증류주, 가령 알코올 도수 25도 제품을 만든다면, 증류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가 5도까지 떨어지더라도 버리지 않고, 바로 사용하면 된다. 도수 높은 본류와 도수 낮은 후류를 섞으면 알코올 도수를 25도 정도에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민속주 안동소주의 경우가 이렇다. 알코올 도수 45도 메인 제품은 증류 시에 알코올 도수가 많이 낮아지기 전에 후류를 미리 끊고, 25도 제품은 알코올 도수가 충분히 낮아지도록 한참 뒀다가 후류를 늦게 끊는다는 얘기다. 후류를 많이 사용할수록 평균 알코올 도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에도 한가지 의문은 남는다. 증류주를 내놓는 양조장들이 후류사용을 꺼리는 이유가 알코올 도수 문제도 있지만 후류에는 음용성을 떨어뜨리는 꼬리꼬리한 향과 풍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민속주 안동소주측이 25도 제품을 만들기 위해, 후류 사용을 마다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민속주 안동소주 김연박 대표는 기자에게 출시 전의 25도 안동소주 한 모금 시음을 권했다.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에 역겨운 냄새나 맛이 나지 않는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정말 그럴까? 의구심을 갖고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 향을 우선 맡아본 뒤 한모금 들이켰다. 신기했다. 향과 맛이 다 구수했다. 고소하다기보다는 구수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듯했다. 역한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김연박 대표는 “곧 나올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의 음용성이 뛰어난 이유는 직접 만든 누룩을 사용하고, 정통 안동소주 증류방식인 상압증류(대기상태에서 증류를 하는 방식)를 하는 등 복합적 요인들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속주 안동소주 김윤근 본부장(가운데 서 있는 이)이 25도 신제품 시음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

지난 9월, 사전 시음회에 참가한 전통주 매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은 언제 출시될까 궁금했다. 김윤근 본부장은 “출시 준비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이르면 올 연말쯤 세상에 내보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민속주 안동소주 25도 제품은 특히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안동소주도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구나’는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속주 안동소주 양조장은 25도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또 한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 ‘민속주 안동소주’의 브랜드 명을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로 바꾸는 걸,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시어머니인 고 조옥화 무형문화재-식품명인 밑에서 무려 32년간 전수 교육조교를 지낸 배경화 여사의 얘기다.

“주세법상 ‘민속주’라는 명칭은 현행법상 무형문화재 혹은 식품명인 지정을 받은 술만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 단어다. 그래서 여러 안동소주 양조장 중에서도 우리만 ‘민속주 안동소주’라는 브랜드를 30여년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민속주는 좀 다른 것 같다. 전통주, 우리술, 민속주, 한국술 등등의 단어를 거의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민속주’가 일반명사급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때문에, ‘민속주 안동소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가 쉽지 않다는게 오랫동안 우리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기존 ‘민속주 안동소주’ 대신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 술이 가진 타이틀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문화재-명인을 앞에 넣고 이 술을 만드신 조옥화 여사 이름까지 술 이름에 같이 넣자는 생각이다.”

민속주 안동소주 김연박 대표, 배경화 문화재가 본인이 갖고 있는 식품명인, 무형문화재 인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현재 안동소주를 표기하는 양조장은 안동에 6~7곳 되지만, 무형문화재-식품명인 두개의 정부지정 타이틀을 갖고 있는 양조장은 민속주 안동소주 한곳뿐이다. /박순욱 기자

김연박-배경화 부부는 가업인 안동소주 연구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동소주를 제조하는 기술을 익히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는 것은 물론, 안동소주에 대한 역사적 의미와 새로운 발전을 위한 연구 역시 중요한 가치라고 여긴 까닭이다. 특히, 배경화 여사는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안동 방문 때 시어머니인 조옥화 여사와 함께 영국 여왕의 생일상을 같이 차리기도 했다. ‘안동소주의 전래과정에 관한 문헌적 고찰’(석사논문), ‘민속주 안동소주 발효의 양조학적 특성 및 자가 누룩제조의 최적화’(박사논문)의 저자인 배경화 무형문화재는 안동소주의 기원이 고려말이 아닌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민속주 안동소주 제조부문 배경화 무형문화재가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에 진열된 고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생일상차림을 설명하고 있다. 배 여사는 1999년 영국여왕의 안동 방문 때 시어머니인 고 조옥화 여사와 함께 이 생일상을 직접 차렸다. /박순욱 기자

“우리나라에 소주 제조가 시작된 것은 몽골 원나라 때부터였다는 게 통설이다. 그런데 학술적으로 소주 연구를 해보니, 우리나라는 당나라 이전부터 중국대륙은 물론 먼 중동까지 교역이 빈번했다. 통일신라 38대 왕인 원성왕릉에서는 페르시아의 유리잔이 출토됐는데, 유리잔만 중동에서 왔을 리 없고 술도 따라 오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원나라에 앞서, 증류주를 가장 먼저 만든 지역이 중동인 만큼 이미 통일신라 때부터 중동의 여러 문물과 함께 그들의 증류주가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처음 만든 곳은 이곳 안동이고, 그 안동소주의 기원은 통일신라 시대로,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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