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공급망도 맞들면 낫다

강해령 기자 2023. 10. 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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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경제성장세 둔화는 수요 부족 못지않게 공급 분야의 장애에 기인한 바가 크다.

공급망의 회복력 확보는 여러 나라의 관심사가 돼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도 공급망이 협상 분야 중 하나로 포함됐으며, 올 5월에 14개국이 공급망 강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우리가 보유한 산업적 특성과 과거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화 논의에 있어 다자간 논의를 주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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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사진 제공=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경제성장세 둔화는 수요 부족 못지않게 공급 분야의 장애에 기인한 바가 크다. 빗나간 차량 수요예측으로 야기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차량 생산 지연으로 이어졌다.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 거점의 화재·가뭄 등 잇따른 재해는 공급 차질을 장기화시키는 등 불확실성을 높였다. 특히 복잡한 공급망에서 한 부분이라도 장애가 생기면 공급망 전체에 지속적인 여파를 미친다는 점을 뼈저리게 경험하면서 공급망의 회복력이라는 키워드에 정부와 기업 모두 주목하게 됐다.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사고뿐 아니라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자국 내 농산물 등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수출을 억제하는 정책 결정이 한 예다. 문제는 한 나라가 수출을 제한해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국가도 자국 내 가격 안정을 위해 유사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제 가격의 인상을 더욱 부추겨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 제한 정책을 채택하는 국가가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영향은 그만큼 커진다.

공급망의 회복력 확보는 여러 나라의 관심사가 돼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도 공급망이 협상 분야 중 하나로 포함됐으며, 올 5월에 14개국이 공급망 강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8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도 공급망 안정을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 운영 등 공동 대응해나가기로 합의했다.

공급망 대응에서는 왜 여러 국가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할까. 한 국가보다는 여러 국가가 함께 대응할 때 효과가 더 커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시점에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하면 국제 유가 하락 효과가 높아진다. 국가별로 수요와 공급 상황이 상이하다는 점도 공동 대응의 효용을 높이는 이유다. 핵심 광물 등 원자재가 풍부하지 않은 우리는 인도네시아·호주·캐나다 등 자원 부국과 협력할 유인이 크다.

몇 년 전 요소수 부족 당시 호주를 비롯한 많은 국가로부터 물량을 공급받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우리는 주변국과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 다양한 제조업으로 구성된 우리 경제는 원자재·부품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띠고 있다. 향후 IPE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통해 어떤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망 협의체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대응 방안을 포함할 것인지 등을 협의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보유한 산업적 특성과 과거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화 논의에 있어 다자간 논의를 주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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